'AI비서'로 진화하는 기업용 메신저
“A사 K부장과 점심 약속 좀 잡아줘. 식사는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한정식이 좋을 것 같아. 그날 비는 오지 않겠지?”

부하 직원에게 한 말이 아니다. 기업용 메신저에 채팅하듯 질문만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답을 주는 챗봇(대화형 로봇)이 다양한 업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각종 앱(응용프로그램)을 작동시키지 않고도 정보 검색, 일정 관리 등의 업무를 대화 형식으로 처리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슬랙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앞다퉈 챗봇 기능을 적용한 기업용 메신저를 선보이고 있다.

◆챗봇으로 업무 돕는 메신저

챗봇 기능을 도입한 기업용 메신저는 별도의 앱을 실행하지 않고 채팅창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MS는 내년 초 회의 일정 결정, 통계 조회 등 다양한 용도로 챗봇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 ‘팀’을 선보일 예정이다. 팀을 활용하면 자사 오피스프로그램인 오피스 365에서 대화 형식으로 작업할 수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 이스트소프트도 자사의 기업용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팀업’에 챗봇 기능을 도입했다. 통계 조회부터 구내식당 메뉴 조회, 휴가 신청·결재 등을 채팅으로 해결할 수 있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은 올초 기업용 메신저, 메일, 캘린더, 주소록, 드라이브 등을 통합한 서비스인 ‘원앱’을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뒤 지난달 말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원앱 메신저의 번역 기능에도 AI 기술을 적용했다. 원앱 메신저 대화 내용은 통역봇을 통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번역할 수 있다.

◆API 공개 · 협업 통해 챗봇 개발

MS 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은 챗봇 개발을 위한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다양한 기능의 챗봇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정 관리부터 빅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사내에서 팀업 오픈 API를 활용해 팀별로 필요한 업무 기능을 수행하는 챗봇을 제작하고 있다. 영업 고객관계관리(CRM), 인트라넷과 연동한 각종 결재, 시스템 모니터링 및 장애 알림 등 업무에 필요한 기능부터 구내식당 식단과 날씨 등 간단한 생활정보 확인까지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하루 서비스 이용자가 400만명에 달하는 기업용 메신저 슬랙은 지난달 IB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AI 플랫폼 왓슨의 자연어 분석 기능을 활용해 슬랙봇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업용 메신저에 도입된 챗봇은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진 답변을 주는 수준”이라면서도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AI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