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하겠다"에서 후퇴…클린턴 처벌 주장에서도 발빼
"배넌은 인종차별주의자도, 극우주의자도 아니다"
사위 쿠슈너는 행정부에서 공식 직책 안 맡을 것 시사
뉴욕타임스 기자·칼럼니스트들과 회동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기후변화협약 탈퇴 공약을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타임스 빌딩에서 뉴욕타임스 기자 및 칼럼니스트들과 가진 회동에서 자신의 기후변화협약 탈퇴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그것을(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아주 면밀하게 보고 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 기간에 기후변화협약을 폄하하며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탈퇴시키겠다고 한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나는 인간의 활동과 기후변화 간에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선 선거유세 기간에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트럼프는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지명된 스티브 배넌이 백인 극우주의자로 비판받는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배넌은 인종차별주의자나 극우주의자가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그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 연장선에서 트럼프는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정례 콘퍼런스를 했던 '대안 우파' 국가정책연구소(National Policy Institute)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행사에서는 히틀러식의 경례도 등장했다.

트럼프와 뉴욕타임스의 회동은 이날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날 트위터에 "취소한다"고 밝히고 뉴욕타임스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비난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트럼프가 뉴욕타임스 사옥을 전격 방문해 이뤄졌다.

트럼프는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차기 행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중동 평화와 관련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유대인인 쿠슈너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결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비추기도 했다.

시리아 분쟁에 대해서는 "우리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시리아에서 진행되는 미친 짓을 끝내야 한다"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관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당선 직후 가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내가 그를 좋아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주 좋은 시간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되면 10년 동안 1조 달러(약 1천176조 원)를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공화당의 반응을 묻자 "이제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인사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세계를 위해 미국이 할 역할이 뭐냐는 질문에는 "그게 큰 문제(Big question)"라고만 답했다.

대통령직에 대해서는 "매우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며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으로부터도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를 읽느냐'는 질문에는 "불행하게도 본다"면서 "내가 뉴욕타임스를 읽지 않으면 20년은 더 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클린턴을 지지했으며 트럼프에 대해서는 사설 등을 통해 대통령이 돼서는 안될 이유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트럼프와의 회동 이후 트럼프의 극단적인 공약이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협약 탈퇴 재고를 시사한 데다 클린턴의 처벌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예로 들었다.

또 이날 트럼프가 고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도 물러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국방장관으로 거론되는 제임스 매티스와의 면담 이후에 고문이 불필요하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고문보다는 테러 용의자들과 신뢰를 구축하고 협조에 대해 보상하는 게 더 가치 있다는 매티스의 말이 생각을 변화시켰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국방장관에 매티스를 기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의 부동산 사업과 백악관 사이에 경계를 둘 의무는 없으며, 자신의 자산은 부동산이기 때문에 매각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우려를 반영해 무슨 조치를 하고 싶다면서 이미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넘긴 것도 언급했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