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메시지 총괄…포브스 인터뷰서 "공직 참여 고민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35)는 그동안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의 '막후 실세'로 알려져 왔지만, 어떤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에 기여했는지는 그동안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쿠슈너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신생기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와 '빅데이터' 같은 기업경영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트럼프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지지자들에게 전달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인 역시 부동산 개발업자인 쿠슈너는 트럼프의 선거운동 초기에 세금제도나 무역 관련 자료수집을 맡아 장인 트럼프를 도왔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있었던 트럼프 유세 때 "정말로 사람들이 그(트럼프)의 메시지에서 희망을 봤다"고 느낀 쿠슈너는 본격적으로 트럼프 선거운동본부 일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쿠슈너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트럼프 타워 26층'을 제대로 된 선거운동 사무실로 만든 것이었다.

코리 루언다우스키와 호프 힉스 두 사람이 동분서주하던 곳에 쿠슈너는 연설문 작성과 정책 수립을 비롯해 트럼프의 일정 관리, 선거자금 관리 같은 각 분야를 담당할 인력들을 구해 배치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전용기 안에서 햄버거를 먹는 사진을 올렸다가 구설에 올랐을 때 트럼프와 쿠슈너는 소셜미디어 활용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고, 그 이후 소셜미디어로 트럼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의 모든 과정을 쿠슈너가 총괄하게 됐다.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은 쿠슈너는 소셜미디어 운영 회사에서 흔히 쓰는 '맞춤형 광고' 기법을 가져다가 지지자들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쓰인 모자를 비롯한 트럼프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는 쪽으로도 소셜미디어 활동을 확장했다.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난해 6월부터 쿠슈너는 캘리포니아 주 샌안토니오에 '데이터 센터'를 개설했고, 메시지 전달과 선거자금 조달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정보를 통합 관리해 어디에 얼마나 많은 지지자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오가는 수많은 자료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분석해 내는 '빅 데이터' 기법을 가져다 쓴 셈이다.

쿠슈너가 트럼프 선본에서 기여한 또다른 중요한 부분은 트럼프와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공화당 인물들과 트럼프 사이의 다리 역할을 쿠슈너가 했다는 점이다.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쿠슈너는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2배의 보수를 주고" 세금 전문가들을 고용한 뒤 그 전문가들을 통해 공화당의 목소리를 들은 다음 트럼프에게 전달했다.

공화당 인물들 역시 비밀이 새나갈 우려가 없다는 점 때문에 쿠슈너를 자주 찾았다.

이런 쿠슈너의 활동에 대해 유명 벤처투자자 피터 틸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운동에서 쿠슈너가 할 일들은 요약하기 힘들 뿐 아니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만약 트럼프를 최고경영자(CEO)에 비유한다면 쿠슈너는 COO였다"고 평했다.

미국 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쿠슈너에 대해 "내가 지금까지 알아 온 모든 대통령은 직관적으로 또는 구조적으로 신뢰하는 한두 명의 사람을 항상 데리고 있었는데, 트럼프에게는 쿠슈너가 바로 그런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쿠슈너가 어떤 형식으로든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를 보좌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 쿠슈너 본인은 "더 공식적인 자리에 일하는 것이 내 가족과 내 사업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쿠슈너가 백악관 안에 자리를 얻고자 쿠슈너가 재산을 백지신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대통령이 친족을 내각이나 정부 공식 직책에 임명할 수 없도록 규정한 친족등용금지법(anti-nepotism law)은 쿠슈너의 백악관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여겨지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