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지지율 힘입어 적극적인 선거 지원
트럼프 당선에 오바마케어·이민개혁 등 업적에 타격


이번 미국 대선 기간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사람 중 하나는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임기 중 최고 수준의 지지율에 힘입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위해 열성적인 선거 지원 활동을 벌인 오바마 대통령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대선 최고의 승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8일(현지시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면서 백악관을 트럼프에 넘겨주게 된 오바마 대통령은 씁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 대선전에 오바마는 어떤 전직 대통령보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대선 전날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미셸 여사까지 동반하고 클린턴과 합동 유세를 벌인 것을 비롯해 선거 기간 미 전역에서 여러 차례 지원 유세에 나섰다.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트럼프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클린턴을 치켜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클린턴 구원투수로 나선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백악관을 공화당에 넘겨주고, 대법원도 보수 성향으로 기울게 되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이민개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란핵협상 등 8년 임기 중 쌓아온 자신의 업적들도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임기를 불과 몇 달 밖에 남기지 않았지만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을 무색케 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높은 인기는 이러한 적극적인 선거 지원에 명분도 제공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6일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56%로, 임기 초 '허니문' 기간이었던 2009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임기 말 지지율이 바닥을 기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을 '조용히' 지지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비호감' 후보 클린턴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강력한 무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인기가 그대로 클린턴에게로 옮겨가지는 않았다.

오바마 승리에 일조했던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는 이번 선거 눈에 띄게 식었고 젊은 층도 오바마와 클린턴을 별개의 정치인으로 여기는 등 오바마에게 두 번의 승리를 안겨줬던 유권자들은 클린턴을 외면했다.

실제로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9천704명으로 대상으로 한 온라인 출구 조사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투표자들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표를 던졌다는 응답은 21%,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표하기 위해 투표했다는 이는 19%에 그쳤고, 55%는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데 오바마 대통령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결국 '킹메이커'가 되는 데에는 실패한 오바마는 내년 초 높은 지지율 속에 박수를 받으며 백악관을 나서도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