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경험 풍부하면서 정치적 색채 옅은 인물 선호될 듯
野 김종인 손학규, 與서도 추천하지만 야권내 이해 복잡
고건 김황식 한덕수 정운찬 전 총리, 진념 강봉균 이헌재 전 부총리도
박승 김성재 남재희 박세일 전재희 이인제 한화갑 등 여야 명망가들도 거론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차기 총리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여야와 청와대가 구상하는 총리의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책임총리'이다.

박 대통령의 권한을 어느 정도 넘겨받을 것인지를 놓고는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헌법에 규정된 '내각 통할권한'을 행사하며 책임총리로서 실질적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추천의 과정을 거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역대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 총리의 최우선적인 요건은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이다.

정치적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까지도 가정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국정 공백을 메꾸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이 있으면서 정치적 색채가 옅은 원로급 인사가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을 추천할 것이냐를 놓고는 '국회 추천 총리' 협의 과정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여야 간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 야권 성향 총리…실질적인 거국중립내각 = 여당 입장에서는 최우선 순위가 보수적 가치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수용할 만한 인사다.

이 때문에 야당이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도 후보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보이면서도, 이들 가운데서도 진보 노선으로 한쪽에 치우친 인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류다.

사실상 정치적으로 지명이 철회됐지만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총리' 컨셉트에 가까운 후보군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살제로 새누리당 지도부도 두 사람을 박 대통령에게 천거한 바도 있다.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주장해왔지만, 여권에 몸담은 전력이 있어 보수적 색채도 가진 데다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내 균형감과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지녔다.

손 전 대표 역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으로 여권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데다 중도적 이미지도 강하고, 경기도지사를 지내 행정 경험도 가졌다.

그러나 김종인 전 대표나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 강력한 권력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차기 대선 구도와 맞물려 정치권의 복잡한 이해와 맞물릴 가능성이 있어 변수이다.

◇ 중립 인사로 수렴 가능성…전직 총리·경제부총리 망라 = 야당으로선 국정운영 능력과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엄정한 잣대로 다룰 수 있는 인사를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생과 안보를 챙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범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와 손 전 대표 외에도 전직 총리 및 장관 출신들을 위주로 광범위하게 총리 후보군을 거론하고 있다.

총리 출신으로는 고 건·이홍구·김황식·한덕수·이해찬·정운찬 전 총리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주류 일각에서는 고 전 총리에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위기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경제부총리 출신도 적임자라는 의견도 있다.

이헌재·진념·강봉균 전 경제부총리 등이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또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도 거론된다.

동교동계인 김 전 장관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로부터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언질을 받기도 했다.

과거 민정당 국회의원에 노동부 장관을 지냈지만 지금은 야권 성향 원로로 분류되는 남재희 전 장관, 동교동계 출신인 한화갑 전 의원도 거론된다.

여권에서는 노동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인제 전 의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정 경험과 안정감 면에서 추천되고 있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당 의원들은 "김 전 대표를 추천하면 좋겠다.

민주당에 부탁가능하느냐"라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병준 총리 내정 이전에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청와대로부터 총리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 여야 신경전 시작…민주·국민의당도 온도차 = 그러나 야당 내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후보군을 놓고 조금씩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선 구체적인 인물로 들어갈 경우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당장에 거국중립내각 총리에 대해 수용 의사를 내비친 바 있는 손 전 대표에 대해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손 전 대표에 대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온 국민의당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친노(親盧·친 노무현)·친문(親文·친 문재인)이 주류인 민주당 쪽에서는 정체성 등을 이유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김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개헌에 적극적인 만큼 친문 진영에선 껄끄러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차기 총리 후보를 놓고 여야 간 신경전도 시작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동교동계 인사를 총리 후보로 접촉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야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정세균 국회의장은 전화통화에서 "총리 후임 문제로 또 밥그릇 싸움하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 진짜로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안용수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