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중국 소비 관련주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중국 소비 관련주 10종목의 시총은 지난 4일(종가 기준) 현재 48조2천37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직전인 지난 7월7일(61조8천240억원)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13조5천870억원(22.0%) 줄었다.

두 달 전인 9월6일(54조9천10억원)보다는 6조6천640억원(12.1%) 더 쪼그라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불안 심리가 누그러지기는커녕 한층 커진 영향이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한국을 찾는 자국인 관광객(유커)을 작년보다 20% 이상 줄이라는 지침을 자국 여행사에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 소비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했다.

이 지침은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불합리한 해외 저가여행을 규제한다는 명분이 근거로 제시됐지만 시장 일각에선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중국 소비 관련 주요 종목의 주가 추이를 보면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7일 3만9천850원에서 이달 4일 2만7천350원으로 넉 달 새 31.4%나 빠졌다.

엔터테인먼트주인 에스엠(-27.9%), 화장품주인 코스맥스(-30.6%)·LG생활건강(-26.7%), 중국 진출업체인 CJ CGV(-27.6%)도 많이 떨어졌다.

호텔신라(-21.4%), 아모레퍼시픽(-18.9%), GKL(-18.3%), 파라다이스(-18.1%), CJ E&M(-9.0%) 등도 하락 대열에 끼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974.08에서 1,982.02로 소폭이나마 오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종목의 수익률은 형편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셈이다.

사드 배치 이슈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계속 살아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중국 소비 관련 종목의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중국 정부의 보복에 대한 우려는 짧게는 연말까지, 길게는 사드 배치가 완료돼 상황이 일단락되는 시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미 양국은 사드배치 시한을 내년 말로 잡고 있지만 다소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4일 육군협회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8∼10개월 안으로 사드 포대의 한국 전개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해 이르면 내년 7월께 사드 배치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