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기고 등에서 국정화 철회 등 주장…교육부 '난감'
"누리과정 예산도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입장


신임 국무총리에 2일 전격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내정자는 누리과정 예산 역시 기존 교육부 방침과는 달리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 교육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2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교과서를 국정으로 획일화하여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또 다른 교과서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 '교과서 국정화의 칼'이란 제목의 이투데이 칼럼에서는 "그런데 이런 상황에 교과서를 국정화한다? 그래서 역사인식과 해석을 하나로 만든다? 글쎄, 결국 어느 한쪽을 죽이겠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가능할까? 대통령과 정부가 밀어붙이면 몇 해야 가겠지. 하지만 그 뒤는 어떻게 될까?"라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같은 칼럼에서 해결책에 대해 "답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역사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규정한 후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어느 한쪽으로의 획일적 역사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

당연히 집필 검증 채택 전 과정의 참여자들도 더욱 다양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김 총리 내정자는 동아일보 칼럼에서 "'좌편향' 교과서에 좌편향이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중략)…'좌편향' 5종이 90%, 또 다른 방향으로의 획일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해 기존 검정교과서에 '좌편향' 요소가 있다는 정부·여당의 주장도 수긍하는 '양비론적' 태도를 보였다.

물론 인사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아있고, 야권이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지만 김 내정자가 만약 청문회를 무사 통과해 정식 취임할 경우 국정교과서 추진 작업이 보류되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교육부는 일단 일정대로 국정교과서 추진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비선실세' 최순실 파문으로 국정교과서 추진 동력이 한층 약해진 상황에서 김 총리 내정자의 태도 여하에 따라 국정교과서 추진에 또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의 한 참모 역시 "김 총리 내정자가 본인 색깔대로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이 많이 뒤집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 총리 내정자에게 기존 정책의 수정이나 변경권한까지 부여한다는 이 참모의 발언이 맞다면 국정화 정책이 보류나 중단될 개연성이 충분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교육부가 이달 28일 국정교과서의 현장 검토본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한다고 예고한 상태에서 만약 김 내정자의 취임과 함께 국정화 전격 보류 또는 중단 결정이 내려진다면 28일로 예정된 일정 자체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이미 집필이 끝난 국정교과서 원고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로 국정화 추진 작업이 보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그동안 국정화 작업을 이끌어 온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는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의 또다른 핵심 교육정책 중 하나인 누리과정에 대해서도 중앙 정부가 모두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 1월20일자 주간동아를 비롯한 언론 칼럼에서 강형기 충북대 교수를 인용해 자장면 배달원 비유를 들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리 내정자는 "시골 동네 노인들이 돈이 없어서 점심을 먹지 못하고 있자 지나가던 서울 사람이 자장면을 시켰다.

잠시 후 배달원이 와서 자장면을 나눠줬는데, 이 경우 자장면 값은 누가 내야 하는가.

정답은 누가 생각해도 서울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배달원에게 자장면 값을 내라고 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총리 내정자의 견해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한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난감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만약 김 총리 내정자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교육부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을 한순간에 뒤집고 말을 바꿔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문회 준비를 위해 현안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