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씨, 문체부 계획 발표 직후 문 닫아…부근 고급빌라서 호화생활도

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8·개명 전 장유진)씨가 제주에 K팝(K-POP) 융복합 공연장 건립 계획이 나올 즈음까지 사업 구상 부지 인근에 사무실을 낸 정황이 포착됐다.

1일 복수의 제주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최씨의 언니 순득씨의 딸인 시호씨 등은 2014년 8월 말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옆 사무실에 이벤트·광고 회사를 낸다며 임대·계약했다.

그러나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으며 2015년 3월 중순까지 총 6개월만 회사가 등록돼 있었다.

임대·계약자 명의도 장씨가 아닌 임모씨로 됐다.

해당 건물주는 제주 한 인터넷언론과 인터뷰에서 "장씨가 연간 수천만원의 임대료와 보증금을 모두 5만원권 현금으로 들고 와 지불했으며 사정이 있으니 임씨의 명의로 임대계약서를 쓰자고 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장씨가 임씨를 자신의 사촌 동생이라고 소개했다고도 전했다.

단기간 운영한 데다 사람이 거의 들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실체 없는 '페이퍼 컴퍼니'를 차린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장씨는 2012년 7월 해당 사무실 건물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대포동의 한 고급빌라를 4억8천만원에 구매, 아들 등 가족과 함께 거주해 왔다.

이 빌라도 인근의 이벤트 회사를 정리한 지난해 상반기 갑작스럽게 매물로 내놓고 다른 지방으로 이주했다.

장씨를 목격한 주민들은 "그가 평소 명품 치장을 즐겼으며 수입차를 몰고 다니며 아들을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에 보냈다"고 기억했다.

장씨의 어머니이자 최순실씨의 언니인 순득씨도 이 빌라에 자주 왕래하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있다.

장씨가 다른 사람 명의로 사무실을 낸 것으로 보이는 곳과 거주한 지역은 K팝 융복합 상설 공연장이 계획됐던 중문관광단지 내 중문골프장 인근이다.

중문골프장도 차로 5∼8분 거리로 가깝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2월 중문골프장 부지에 2018년까지 1천500억원을 들여 2천석 규모의 상설 공연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내놨다.

문체부 발표 후 당시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이자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씨가 사업 구상부지를 방문, 직접 걸어보며 실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계획은 제주도와 협의 없이 이뤄진 것이다.

도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던 중문관광단지를 매입하려는 협상도 이 사업이 발표되자 무기한 연기됐다.

문체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사실상 사업 추진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