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 직격탄 맞아 지도부 퇴진론 직면
각계 인사 만나며 '거국내각 총리' 물색 해석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 개입 파문의 직격탄을 맞으며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8·9 전당대회에서 호남 출신으로는 사상 첫 보수 정당 대표에 등극할 때만 해도 이렇게 시련기가 빨리 찾아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을 장악했지만, 이것이 역설적으로 이 대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1일로서 선출된 지 85일째를 맞는 이 대표 체제가 '최순실 쓰나미'에 휩쓸려 좌초된다면 지난 2011년 12월 5개월 만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보다도 더 일찍 물러나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동안 산발적인 퇴진 요구는 있었지만 전날부터는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대규모 회동을 열고, 일부 당직자들도 사표를 제출하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의 대선주자 5명이 이날 긴급회동을 갖고 당 지도부 퇴진,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이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은 했지만 공개발언을 자제하며 며칠째 침묵 속에 빠졌다.

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벌여왔던 현장 방문이나 긴급 당정회의 소집도 일절 중단했다.

그러나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정치권뿐 아니라 종교계 원로와 개혁 성향의 교수, 소설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일반 여론과 국정 운영위 위기를 수습할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28일에는 청와대로 들어가 박 대통령과 독대하며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대폭적인 인적쇄신과 거국내각 총리를 포함한 정국 타개책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각계 인사를 만나는 게 단순한 의견 청취가 아니라 거국내각 총리 후보군을 찾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한다.

실제 박 대통령에게 야권 출신의 인사들을 총리 후보로 추천했다.

이미 청와대에서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이 동반 사퇴하며 인사 검증 라인이 당분간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퇴 요구에 "사퇴가 오히려 무책임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친박계 핵심들 역시 일단 현 지도체제를 중심으로 한 위기 돌파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이 일단락되면 결국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