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과의 유혈전쟁' 인권침해 비판 감안한 듯

미국 정부가 마약 용의자를 즉결처형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필리핀에 대한 경찰용 무기판매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가 필리핀 경찰에 약 2만6천 정의 소총을 판매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고 한 외신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통신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메릴랜드) 의원이 필리핀 경찰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이런 조치가 이뤄졌다고 카딘 의원 보좌관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 국무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소총 판매 계획을 백지화한 것인지, 잠정 중단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카딘 의원은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침해 우려가 제기되는 필리핀에 무기를 공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카딘 의원은 지난 9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국민을 위협하고 마약용의자 대량 살육을 지지한다고 비판했다.

미 의회 일각에서는 필리핀에 대한 원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마약 소탕 방식을 비판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 등에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월 초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용의자 사살정책에 관해 묻는다면) 개XX라고 욕할 것"이라고 말해 이 정상회의 기간에 예정된 미국과 필리핀의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0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지옥에나 가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과 필리핀의 연합 군사훈련 중단, 미군 철수 요구 등 '반미' 행보를 하며 중국,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산 무기 구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