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여행, 항공 등 중국 소비주가 줄줄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린 점이 주가 급락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추가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후 2시5분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2만8000원(7.53%) 내린 34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33만1000원까지 저점을 낮추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다른 화장품주들도 일제히 내림세다.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화장품 토니모리 등은 8% 안팎으로 급락하고 있다. 한국콜마도 6% 넘게 떨어지고 있다.
여행·항공과 카지노 면세점주 등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들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1~2%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는 각각 3%와 6% 넘는 급락세다. 파라다이스와 GKL도 4% 까까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신세계와 호텔신라는 5~6% 급락중이다.
중국 소비주가 급락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요우커의 숫자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재조치를 지난주 상하이, 장쑤, 저장, 안휘, 산시 등 관할 지역 여행사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으로 보내는 여행객을 감소시킬 방법과 대책을 이달 말까지 만들어 보고하고 저가 단체 관광 판촉을 중지하라고 밝혔다. 또 한국 현지 쇼핑은 하루 1회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30만 위안(약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장에선 표면적으로는 저가여행을 뿌리 뽑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드(THAAD: 미사일방어시스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으로 풀이된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규제에 대해 저가 여행 상품 근절을 위한 한·중 양측간의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과 한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부정적 해석이 팽팽하게 대립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군 당국은 지난 7월 8일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관영 매체 등을 통해 보복을 시사하고 한류 스타의 자국 내 활동 억제, 한국인에 대한 상용 비자 발급 요건 강화, 관광 단체비자의 여권 원본 제출 의무화 등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요우커의 방문이 급감할 경우 한국의 경제적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요우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약 250만원으로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 가운데 가장 씀씀이가 컸다. 지 연구원은 "저가여행 상품 근절이 주요 이유였다고 해도 단기 요우커 급감에 따른 한국 관광산업 센티멘털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규제에 따른 본격적인 타격은 국경절이 지난 11월 이후 부터 적용됐을 가능성이 커 인바운드(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11월부터는 중국인 입국자 증가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며 "중국인 입국자 감소에 대한 우려감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는 "다만 현실화된 것은 아직 없기 때문에 사태 추이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정부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