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외설적인 목소리만 남아"

9일(현지시간) 진행된 미국 대선 후보 2차 TV 토론의 최대 관심사는 토론 이틀 전 터져 나온 '음담패설 추문'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상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의 과거 섹스 스캔들로 관심을 돌리려는 노력만 보여 많은 유권자에게 실망을 안겼다고 미국 언론들이 대체로 분석했다.

트럼프의 11년 전 음담패설 추문을 지난 7일 맨 처음 보도한 매체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한걸음 물러나서 사과하고 되도록 절제하는 태도를 보여줄 수 있었지만,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며 "빌 클린턴이 여성을 훨씬 나쁘게 대했다고 공격하며 자신의 영상에 대한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 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다양한 유권자들의 반응을 전하며 "이날 토론은 트럼프의 외설적인 목소리가 움직이지 않는 구름처럼 떠 있는 아래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토론을 본 유권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일부 유권자들은 이날 트럼프가 음담패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보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토론을 봤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남성 대선 후보가 첫 여성 대선 후보로부터 여성의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듯한 막말에 대해 방어하려는 광경은 놀랍고도 특이한 광경이었다고 전제했다.

신문은 그런데도 트럼프는 이 이슈를 빨리 잠재우지 못했다며 진행자 앤더슨 쿠퍼가 4번이나 트럼프 자신이 했던 일의 심각성을 이해하느냐고 압박하면서 그런 비열한 언급을 실행에 옮겼는지 물었는데도 트럼프는 '노'(NO)라고 답했고 그대로 토론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미안하다고 말한 뒤에도 거의 후회하는 빛이 없었고, 대신 빌 클린턴의 과거 섹스 스캔들을 공격하면서 힐러리 클린턴을 남편의 비행을 방조하고, 돕고, 사주한 아내로 만들어 자신의 선거 캠페인을 가장 추악한 막장으로 끌고 갔다"고 지적했다.

아이오와에 거주하는 다이앤 크로퍼드(62)는 "트럼프가 얼마나 간절히 주제를 힐러리 클린턴의 배우자와 그의 부정으로 돌리려 했는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트럼프는 빌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가 아닌데도 계속 그를 끌어들이려고 했다"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