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고 부호로 꼽히는 리카싱 청쿵실업 회장(사진)이 지난달 28일 홍콩증시에 상장한 중국우정저축은행에 100억홍콩달러(약 1조4238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 회장의 이번 투자가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카싱자선재단은 리 회장과 청쿵실업 산하 3개 자선재단이 중국우정저축은행 기업공개(IPO)에 총 100억홍콩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IPO 기업 투자로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리 회장은 중국우정저축은행이 신규 발행한 보통주가 아니라 주식연계채권에 투자했다. 매년 주가 상승에 비례해 이자 수익을 받고, 계약 만기 전 주식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SCMP는 “우정저축은행은 공모 가격이 높게 책정된 데다 경영상황에 대해서도 글로벌 기관투자가 평가가 좋지 않았다”며 “리 회장이 단순히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이번 투자를 단행한 것 같진 않다”고 평가했다.

홍콩 재계에선 리 회장의 투자가 중국 본토 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리 회장은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 이후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250억위안(약 4조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중국 관영 언론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에서 번 돈으로 외국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SCMP는 “리 회장이 홍콩증권거래소의 공시 하루 전 자진해서 투자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라며 “베이징의 최고 지도부가 투자 사실을 알아주길 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