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는 출마 후 1년3개월 동안 사실과 다른 한국 관련 발언을 해 왔다. 발언 내용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미국 내에 전파되면서 어느새 여론으로 굳어지고 있다.

피터 모리시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15일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다른 나라의 무역협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라. 그 협정은 미국에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

사흘 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 연례총회장에 참석한 존 굿맨 굿맨연구소 소장은 한 참석자가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감축 필요성을 묻자 “분쟁도 없는 한반도에 2만8000명의 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할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여론 주도층인 두 사람의 말은 트럼프가 그동안 해 온 발언과 맥락이 같다. 트럼프는 지난 26일 대선 후보 1차 TV 토론회에서도 “한·미 FTA 탓에 미국 내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졌고,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적절히 분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두 사실과 다르다. 미 정부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 기업들의 투자로 미국에서는 4만여개 일자리가 창출됐다.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약 1조원)을 분담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면 트럼프 캠프 측 인사들은 “다 알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선거 전략상 메시지일 뿐 집권 후엔 달라질 것”이라며 애써 다독인다.

문제는 미국인들의 인식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미국인들의 뇌리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게 될 것이다. 그릇된 인식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돼야 한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게 있다. 집주인이 깨진 유리창을 빨리 갈아 끼우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이 깨도 되는 줄 알고 계속 돌을 던지기 때문에 피해가 커진다는 이론이다. 트럼프가 깬 유리창을 교체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외교 현안 중 하나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