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수입 재개 약속…"위안화 청산은행 뉴욕 설립"
中 '민주마을' 우칸촌 촌민지도자, 유엔본부 앞서 촌민 석방 요구 시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리 총리는 전날(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미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 대선이 미국 내정이기 때문에 많은 말을 할 수 없으며 어떤 후보를 선호하는지도 말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SCMP가 전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미 대선이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총리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 제조업 일자리를 훔쳐간 중국의 수입품에 최고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중국이 무역 규정을 위반하면 맞서겠다고 약속하면서 향후 양국 관계의 악화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또, 리 총리는 중국 안방보험이 2014년 인수한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거론하며 "이 호텔이 중국 정부 소유라고 말들 하지만, 이를 바로잡고 싶다"며 "이 호텔은 중국 민간 기업이 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머무는 리 총리는 "미국 기업이 호텔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며 "나는 여전히 미국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이 매년 9월 유엔총회 기간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머무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작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관행을 깨고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 묵어 중국의 도청과 해킹 가능성 등 보안 우려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리 총리의 발언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중국 경제와 관련, 4분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의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절하할 근거가 없다며 중국이 수출 진작을 위해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뉴욕에 위안화 청산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중국은행(BOC) 뉴욕지점을 미국 내 첫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리 총리는 미국과 중국이 실용적으로 접근하면 결국 양자 투자협정에 합의할 것이라며 기업 부문이 성숙함에 따라 외국 투자자에 대한 개방을 점진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광우병 사태 이후 수입을 중단한 미국산 소고기와 관련, 중국이 최근 미국산 뼈있는 쇠고기 수입을 위한 검역 절차를 완료했다며 조만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이날 유엔에서 연설한 뒤 캐나다와 쿠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2011년 이른바 중국의 '민주 마을'인 광둥(廣東)성 우칸(烏坎)촌에서 토지반환 요구 시위를 주도한 좡례훙(莊烈宏)은 지난 19일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와 중국 영사관 앞에서 구금된 우칸촌 촌민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명보(明報) 등이 보도했다.

좡례훙은 2011년 9월 시위를 통해 마을 공동 소유 땅을 개발업자에게 헐값에 몰래 넘긴 비리 관리들을 내쫓고 직선으로 치러진 촌민위원회 선거에서 촌민위원으로 당선됐으나 8개월 만에 사직했으며 2014년 초 신변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달아났다.

최근 우칸촌에서는 부패 혐의로 체포된 촌민 지도자인 린쭈롄(林祖戀·70) 전 우칸촌 당지부 서기의 석방과 토지반환 요구 시위가 재개돼 70여 명이 체포됐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