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뮤직텐트홀에서 20일 열린 ‘금난새와 군이 함께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힐링콘서트’에서 마에스트로 금난새 음악 감독과 육군 제36보병사단 관계자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신광섭 중령, 윤원식 대령, 손광익 알펜시아 대표, 고현수 중장, 금 음악감독, 구원근 사단장, 이충희 에트로 대표, 오흥용 현대그린푸드 대표, 박정조 대령. 에트로 제공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뮤직텐트홀에서 20일 열린 ‘금난새와 군이 함께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힐링콘서트’에서 마에스트로 금난새 음악 감독과 육군 제36보병사단 관계자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신광섭 중령, 윤원식 대령, 손광익 알펜시아 대표, 고현수 중장, 금 음악감독, 구원근 사단장, 이충희 에트로 대표, 오흥용 현대그린푸드 대표, 박정조 대령. 에트로 제공
청명한 하늘 아래 가을 바람이 시원한 20일 오후 3시,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뮤직텐트홀에 육군 제36보병사단 장병 770여명이 모였다. ‘금난새와 군이 함께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힐링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줄지어 공연을 기다리는 이들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마에스트로 금난새 서울예고 유스심포니 음악감독이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연주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흥겹게 손으로 박자를 맞추고, 환호성을 지르며 클래식 선율을 즐겼다. 구원근 36보병사단장은 “우리 부대가 클래식 초청 공연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쉼없이 돌아가는 군대 생활에서 장병들이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군인들과 함께한 클래식 선율

이날 공연에선 금 음악감독이 이끄는 유스심포니와 뉴월드필하모니가 협연했다. 군인이 청중인 만큼 생동감 넘치고 웅장한 곡들로 구성됐다. 엘가의 ‘서주와 알레그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등을 연주했다. 고등학생들로 이뤄진 유스심포니는 성인 못지않게 현란하면서도 기품 있는 연주를 펼쳤다. 장병들은 유스심포니의 시범 연주만 듣고도 “와~”라고 소리를 질렀다.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금 음악감독은 군인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엔 육·해·공 3군 통합기지인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국보훈 콘서트’를 열었다. 금 음악감독은 이날 공연에서 “약속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공연을 시작할 때 기립박수가 나와 깜짝 놀랐다”며 “밤낮으로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클래식이 큰 힘과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에트로 후원으로 마련됐다. 에트로는 2014년 ‘2군단 장병들을 위한 클래식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학군단(ROTC) 15기로 군복무를 마친 이충희 대표는 오랜 시간 군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 대표는 군부대와 회사를 자매결연하는 ‘1사1병영’ 프로그램을 통해 15사단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군인들이 오페라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5월29일엔 예술의전당에서 군인, 경찰 등 300여명이 오페라 ‘카르멘’을 관람할 수 있도록 초대장을 보냈다. 이 대표는 “2002년 군에서 강의한 것을 계기로 군인들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앞으로도 활발한 지원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소한 클래식, 기대 이상”

군인들은 평소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은 클래식 연주에 갈채를 쏟아냈다. 제36보병사단은 태백, 정선, 영월 등 강원 남부 지역을 지키고 있다. 황예준 일병은 “평소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의 의미까지 담은 뜻깊은 공연을 보게 돼 정말 즐거웠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최선주 상병은 “유명한 지휘자인 금 음악감독님의 공연을 직접 보게 돼 감동적이었다”며 “기대 이상으로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구 사단장은 “장병들 모두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수용 인원에 제한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모범 장병을 뽑아서 초대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장병이 문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