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리로이 앤더슨 '나팔수의 휴일'
리로이 앤더슨은 위트 넘치고 연주 효과도 뛰어난 클래식 소품을 여럿 남긴 20세기 미국 작곡가다. 대표작 중 하나인 ‘나팔수의 휴일(Bugler’s Holiday)’(1954)은 독주 트럼펫 세 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멋들어진 곡이다. 나팔이란 뜻의 ‘bugle’은 ‘뷰글’로 읽는데, 여기서 나팔수는 아무래도 군인 신분이 아닐까 싶다.

휴일에 정해진 일과에서 해방된 나팔수들이 한껏 신이 나서 경쟁적으로 각자의 솜씨를 자랑하듯 숨넘어가게 빠른 속도로 불어댄다. 셋이 아니라 더 많은 나팔수를 무대에 세우는가 하면 악보에 표시되지 않은 유머를 가미하기도 한다. 휴일이란 지긋지긋한 일에서 벗어났다며 에너지를 방전시키는 늘어짐이 아니라, 더 나은 결실을 위해 기꺼이 충전하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의미도 부여하고 싶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