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원칙론에 친박계 불쾌감…내홍 표면화 가능성
법사위도 증인 요구, 정기국회 파행 빌미 될 수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문제가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에서 최대 뇌관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여야가 우 수석의 국감 증인 채택을 놓고 일찌감치 기싸움을 시작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대치가 첨예화할 경우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논란으로 벌어졌던 파행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더욱이 우 수석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여권 내부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이정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순탄했던 당청 관계에 또다시 암운이 드리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8일 국감 계획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는 우 수석의 증인 출석을 둘러싼 여야간 '정면 충돌'을 예고한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에서 우 수석을 직접 거명하며 증인 출석을 강하게 주장했으며, 이에 맞서 새누리당 간사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특정인의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는 관례에 따라 추후 논의해야 한다"며 의결 보류를 요청했다.

결국 새누리당 소속 정진석 운영위원장이 "기관 증인은 자동 채택되는 것"이라는 전제를 달고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우 수석은 일단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대통령 비서실 등에 대한 국감에서 우 수석이 실제로 증인으로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정 위원장이 지적했듯이 과거에도 민정수석은 기관 증인으로 '자동 채택'됐지만 관행적으로 불출석이 용인돼온데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추이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로서는 우 수석의 증인 출석 여부에 대해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야당의 '정치공세'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출석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실제 출석 여부와 무관하게 우 수석의 직접 해명·사퇴를 요구하는 야당과 이른바 '청와대 흔들기'라고 주장하는 여권이 맞설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날 법사위에서도 더민주 백혜련 의원이 우 수석 등의 국감 일반증인 신청을 주장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이 요구하는 일반증인 가운데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면서 우 수석의 국감 증인 출석 문제가 확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운영위에서 위원장인 정진석 원내대표와 여당 간사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사이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이 문제가 자칫 여당 내홍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원칙론'을 내세운 정 원내대표와 함께 김무성 전 대표 등 당내 비박(비박근혜)계가 사실상 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해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가 내심 불쾌감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우 수석의 국감 증인 출석 문제가 다시 불화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 수석이 불출석 사유서를 낼 경우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를 여야가 함께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를 놓고 당 안팎의 견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혀 논쟁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