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부족' 비판에 "서양은 겸손 이해 못 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일 프랑스 주간잡지 파리마치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선 출마에 관한 질문에 말을 아꼈다.

반 총장은 이날 인터뷰 말미에 "다음 인터뷰 때는 한국 대통령이 돼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웃으며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이내 "유엔사무총장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사무총장 일에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반 총장은 올 연말 퇴임을 앞두고 사무총장 재임 10년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실패한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리곤 "유엔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 총장은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빈곤과 불평등 척결 등을 담은 유엔의 개발목표인 '2030 지속가능 개발목표(SDG)'와 지구 온난화를 막고자 전 세계가 합의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꼽았다.

그는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180개국이 서명했다면서 유엔과 인류 역사상 그처럼 많은 국가가 참가한 적은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 총장은 재임 기간 최고 순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하나를 들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기후변화협정 참가국 대표들이 서명자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줬을 때 그 자리에 있었는데 너무 뿌듯했고 감동했다"고 전했다.

'최악의 순간은 언제였느냐'는 물음에는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무총장 두 번 임기 중에 너무 많은 사람이 가난이나 테러, 피할 수 있는 폭력으로 숨지거나 인권탄압으로 고통받았다"면서 "나는 자주 속으로 울었으며 가끔 눈물이 눈에 차오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반 총장은 유엔과 유엔사무총장 무용론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박했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반 총장은 "우리는 현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65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는 위기를 겪는 등 매일 새로운 비극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내가 유엔사무총장이 된 이후로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유엔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국가들이 자국 이익을 제쳐놓고 지구 차원에서 해결에 도달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며 유엔의 유효성을 역설했다.

또한 "유엔 사무총장은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전임 유엔사무총장의 말에 동감을 표시하면서 "이는 세계 지도자들이 개별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연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유엔 수장이라는 비판에 대해 반 총장은 "서양에서는 겸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웃어넘겼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