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교체 없는 청소기, 미세먼지 관리까지 해주는 화재경보기.

2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독일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출시한 제품이다. 이들 외에도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적인 제품이 올해 IFA에 대거 나왔다. 오랫동안 ‘혁신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가전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 가전시장의 경쟁은 가격과 신뢰성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이 가격은 물론 품질도 대폭 개선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혁신압력에 직면한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스마트폰 못지않은 혁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발상의 전환’을 주제로 개발한 TV와 가전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발상의 전환’을 주제로 개발한 TV와 가전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제공
◆폼팩터 창조로 혁신 선도하는 한국

이 같은 혁신에 불을 지핀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이다. 이들은 기존에 없던 폼팩터(하드웨어 배열)를 내놓으며 가전제품의 영역을 과감히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나와 시장에서 좋 은 반응을 얻고 있는 삼성전자의 냉장고 ‘패밀리허브’와 LG전자 세탁기 ‘트윈워시’가 대표적이다. 패밀리허브는 냉장고 문에 스크린을 달아 식재료 관리는 물론 쇼핑과 메모, 가족일정 체크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트윈워시는 냉장고를 아래 위로 붙이는 구조혁신으로 미국과 한국 등에서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 가전의 이 같은 혁신은 올해 IFA에서도 계속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에서 독일 프리미엄 가구브랜드 비탈리와 협업을 발표했다. 일반 가전제품보다 1.5~2배 비싼 빌트인 제품을 사지 않고도 빌트인과 같은 조화를 주방에서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브랜드 가치를 보완하면서 가전의 제품 경쟁력으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패밀리허브도 유럽 시장에 맞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유럽의 다양한 식재료 유통업체와 협업해 개발한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필요한 식재료 구매를 냉장고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다.
LG전자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올레드 TV로 만든 올레드 터널을 선보였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올레드 TV로 만든 올레드 터널을 선보였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흡입구와 토출구를 각각 2개로 늘린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선보인다. 흡입구와 토출구를 하나씩만 만드는 공기청정기의 폼팩터를 혁신한 것이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보다 많은 공기를 흡입하고 내뿜어 기존 공기청정기보다 빠르게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2개의 토출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냉기를 뿜도록 해 올여름 인기를 끈 ‘휘센 듀얼에어컨’의 설계 개념을 공기청정기로 확장한 결과다.

모니터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인 38인치 ‘울트라와이드 모니터’도 내놓는다. 21 대 9의 화면비에 풀HD보다 두 배 이상 해상도가 높은 QH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유럽 가전 명가들도 혁신 뒤따라

올해 IFA에서만큼은 유럽 가전업체들의 혁신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 필터 교환이 필요 없는 청소기를 내놓은 독일의 밀레가 대표적이다. 밀레는 고어텍스로 제작한 미세먼지 필터로 미세먼지를 100% 걸러지도록 만든 ‘블리자드 CX1’을 전시했다. 고어텍스로 만들어져 교체하지 않고 물로 세척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헤파필터 등 특수필터 교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는 저온으로 찌든 때를 빨 수 있는 세탁기 ‘9000 시리즈’를 내놨다. 저온에 적합한 자체 개발 세탁 기술을 적용해 세탁력이 높아지면서도 색깔옷을 함께 빨아도 다른 옷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보쉬는 온도와 습도, 미세먼지 농도까지 측정해 관리할 수 있는 화재감지기를 출시했다. 필립스도 사람의 움직임과 빛에 따라 12가지 동작으로 반응하는 스마트 전구를 내놨다. 인공빛과 자연빛을 구분하는 기능까지 갖춰 사용자 설정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하이얼은 자사의 기존 스마트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유플러스 스마트’를 내놨다.

베를린=노경목/남윤선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