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트럼트답게' '아웃사이더' 전략 재연될 듯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최고 책임자이던 폴 매너포트가 캠프 조직개편의 직격탄을 맞은 지 이틀 만인 19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했다.

이로써 구원투수로 영입된 강경보수 언론인 출신의 '싸움닭' 스티븐 배넌 캠프 최고경영자(CEO)가 명실상부한 좌장으로서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 전략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매너포트는 애초 트럼프가 본선진출에 필요한 '매직넘버' 대의원(1천237명)을 자력으로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영입한 인물이다.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선거캠프 등에서 전당대회 전략을 담당한 풍부한 경력의 매너포트는 지난 3월 캠프의 전당대회 본부장을 맡아, 대의원 지명절차를 관리 감독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트럼프가 자력으로 대선후보가 되자, 그는 캠프 책임자인 선거대책위원장 겸 최고전략책임자로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를 경선 초기부터 도운 코리 루언다우스키 선대본부장은 경질됐다.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리며 '막말 선거운동'을 이끈 루언다우스키와의 권력 다툼에서 승리하면서 그는 캠프 좌장으로서 전권을 쥐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지난달 전당대회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이 급속히 추락하면서 매너포트는 설 자리를 잃었다.

대선 TV토론 전략은 성희롱 추문으로 사퇴한 로저 에일리 전 폭스뉴스 회장에게 일임됐고, 선대본부장직은 캠프에서 자문 일을 하던 여론조사 전문가 켈리앤 콘웨이에게로 넘어갔다.

2선으로 후퇴하면서 '회장 겸 수석전략가' 직함을 받긴 했지만, 때마침 '우크라이나 거액 수수' 의혹까지 불거져 캠프에서 힘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2012년 당시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리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소속 정당으로부터 1천270만 달러(약 140억 원)를 받았다는 의혹은 그뿐 아니라 트럼프에게도 부담이 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한편 '온건파'로 불린 매너포트 퇴진과 '클린턴 저격수'로 불린 강경파인 배넌의 등장은 앞으로 "트럼프를 더욱 트럼프답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연설방식과 태도를 좀 더 '정치인답게' 매끈하게 다듬으려던 매너포트에 대한 불만이 적잖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매너포트와 핵심 참모들이 나를 망치고 있다"는 트럼프의 불만이 외부로 전해질 정도였다고 험한 분위기를 소개했다.

특히 트럼프 본선 전략을 책임질 배넌은 자신의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를 통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숱한 의혹을 제기했던 만큼 앞으로 트럼프가 경선 때처럼 '아웃사이드' 기질과 막말 발언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반(反)클린턴' 표심을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가 매너포트를 전격 경질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주초 일부 미국 언론에서 거론하기 시작했으며, 그후 매너포트의 '우크라이나 거액 수수의혹'이 언론에 불거진 것으로 미루어 트럼프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캠프조직 개편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