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증권 대표 "한화증권, 대형 증권사 M&A 통해 한 단계 올라설 것"
“회사 매각은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M&A)을 통해 한 계단 더 올라설 계획입니다.”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대표(사진)는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첫 기자간담회에서 “아직은 자기자본 기준 14위권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곧 그룹 위상에 걸맞은 우량 증권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월 공식 취임한 여 대표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 사례처럼 M&A를 통해 외연을 넓힐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100의 가치가 있는 증권사가 비슷한 100짜리 회사를 인수해도 200 이상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면서도 “100짜리가 400짜리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500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름다운 M&A”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과 주주도 (한화투자증권보다 더 큰 회사를 인수하는 데) 꽤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지금은 계획이 없지만 조만간 초대형사로 발돋움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하이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비슷한 규모의 회사에 대한 M&A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여 대표는 또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로 인한 적자를 크게 줄이며 회사의 기초 체력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ELS 부문에서 대규모 운용 손실을 보면서 올해 상반기 19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 대표는 “해외지수 ELS에 대한 경험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홍콩H지수 기초자산 상품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시장 변동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최근 해당 조직 및 인력, 시스템 정비를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실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올 들어 처음으로 ELS 운용 부문에서 140억원의 영업이익(평가 기준 변경에 따른 손실 제외시)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해 온 자산관리(WM) 사업 부문도 6월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바닥을 다졌다는 게 여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추진 중인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기로 사업을 더욱 다각화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이 회사는 지난달 20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으며 다음달 중순 청약을 앞두고 있다. 17일 계열 주주사인 한화첨단소재 등 4개 계열사는 전날 이사회를 거쳐 당초 배정된 물량보다 초과 청약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는 투자은행(IB) 업무를 집중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그룹 ‘재무통’으로 꼽혀온 여 대표의 취임 이후 한화투자증권 IB본부는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부지 재개발 사업의 단독 금융주관을 따내고 두산밥캣의 기업공개(IPO)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는 등 달라진 행보를 보여 왔다.

여 대표는 “IB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대형 주관 업무를 수임할 역량을 키우는 한편 그룹과의 시너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화 방산 태양광산업 등과 연계된 자문도 주도적으로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레이딩 사업에서는 전통적인 유가증권 업무를 넘어 해외 부동산 및 항공기, 원자재와 같은 대체투자 영역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여 대표는 이날 회사 주식 1만주를 주당 2644원에 추가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