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고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까지 한국을 덮치면서 수출주에 경고등이 켜졌다.

10일 원·달러 환율이 닷새째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수출 중심인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전날보다 1.72% 하락했다. 22개 업종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운송장비(-1.14%) 철강금속(-0.82%) 등 수출업종 위주로 지수가 떨어졌다.

대형 수출주인 삼성전자는 1.66%, 현대차 1.83%, 기아차 1.2%, SK하이닉스는 3.57% 하락했다. LG전자(-0.74%)와 LG디스플레이(-3.51%)도 내렸다. 원·달러 환율이 14개월 만에 1100원 선이 무너진 영향이 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수출주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3분기 원·달러 평균환율은 113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170원)보다 낮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국내 수출업계엔 악재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예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도 최근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관세율 판정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어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강화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수출주 투자 기회가 남아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지난 6월까지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두 달 연속 상승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분석이다. 환율 변동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간 코스피 주요업종 수익률과 환율 민감도를 비교했을 때 반도체와 철강, 화학 등 대형 수출주 주가는 환율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외국인이 주로 사들인 업종도 수출주 위주였다. 화장품(17%) 반도체(16%) 상사·자본재(12%) 순으로 외국인 순매수 비중이 높았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