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금리까지 도입하는 강수를 동원했으나 정책 효과가 거꾸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는 신호는 감지되지 않은 채 저축이 증가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 전문가들조차 당혹해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유럽연합(EU)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일본의 가구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유로존(유로를 사용하는 19개국)이 아니면서 마이너스금리인 덴마크와 스위스, 스웨덴 등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저축률이라고 전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저축률은 2010년 이후 최고인 9.7%로 올랐다.

OECD는 올해에는 10.4%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월 마이너스금리 도입을 선언한 일본의 저축률도 높아지고 있다.

가구의 현금 및 저축이 1분기에 이미 작년 동기보다 1.3% 늘었으며, 올해 일본 가구의 저축률은 2.1%로 추정돼 2년 전에 마이너스였던 것과 대비된다.

덴마크와 스위스, 스웨덴 가구의 올해 저축률도 각각 8.1%, 20.1%, 16.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너스금리가 도입되지 않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저축률이 안정된 수준이거나 약간 낮아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마이너스금리가 도입된 경제권에서는 가구뿐 아니라 기업도 투자 대신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비금융계 일본 기업들의 현금 및 저축은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8.4% 늘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의 비금융계 기업들도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량이 전년 말보다 5%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마이너스금리는 저축이나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를 억누르고 대신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동원하는 정책수단이다.

하지만 정책의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낮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지출이 줄어) 소비자들의 보유 현금이 늘어났다는 분석, 고령 인구 증가는 자연스럽게 저축을 늘린다는 설명,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해석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설명보다는 마이너스금리가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 더 많이 저축하게 한다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전략가인 앤드루 쉬츠는 "사람들은 미래를 확신할 때 더 많은 돈을 쓴다"면서 "하지만 "마이너스금리 정책은 자신감을 약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