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밑바닥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정현 의원이 정통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의 새 당대표가 됐다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도 보기 힘든 성공 스토리다. 당료로 출발해 박근혜 당시 대표에게 발탁돼 국회의원이 됐고 청와대 홍보수석 정무수석으로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는 면에서 안정적인 당정 관계가 예상되는 점도 다행스럽다. 비박으로 분류되는 주호영 의원과의 치열한 경합을 거쳐 상당한 표차로 당선된 점도 새누리당의 내분을 수습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새누리당의 첫 호남 출신 대표라는 점은 고질적인 지역색을 탈피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면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가 직면할 과제는 그 어떤 시기의 당대표보다 엄중한 것들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이념적 정향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총선에서 그토록 무참한 패배에 직면했던 것은 새누리당 내의 이념적 혼선이 그 직접적 원인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념적 표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전략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배태된 것이지만 유승민 파동, 친박 대 비박의 대립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심각한 혼선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20대 개원 국회에서는 원내대표가 전통의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기조의 연설을 하는 등 심각한 이념의 무정부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이념의 혼선은 당으로서도 그렇지만 복지와 성장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걸쳐 전에 없던 불안정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정현 대표는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새누리당의 재건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라야 정치로부터 시민생활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체가 올바른 좌표 위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극도의 경기부진, 청년 실업의 급증에다 북핵 문제 등으로 온통 불안과 실망만이 가득 내려앉아 있다. 특히 비대한 국회권력을 제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정현 대표는 정면돌파할 각오가 돼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