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사무국, 9년 만의 입회 행사 정성 들여 준비
박세리·소렌스탐, 전설들도 참석해 축하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새 역사를 쓴 박인비(28·KB금융그룹)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그간 명멸한 숱한 별 중에서 통산 25번째로 명예의 전당 입회자를 맞이하는 LPGA 사무국에도 경사이긴 마찬가지였다.

2007년 박세리(39·하나금융)를 끝으로 맥이 끊긴 명예의 전당 계보를 현역 최강 박인비가 한국인으로선 두 번째이자 9년 만에 잇자 LPGA 사무국도 9일(현지시간) 정성 들여 대기록을 축하했다.

LPGA 사무국은 먼저 박인비의 얼굴이 그려진 큰 손팻말 겸 부채를 제작해 이날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보러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 새머미시의 사할리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들에게 나눠줬다.

그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더불어 축하하자는 의미에서다.

1라운드가 끝난 뒤 거행된 박인비의 명예의 전당 입회식 때 많은 팬과 동료 선수들이 이 손팻말을 들고 와 함께 사진을 찍고 기쁨을 나눴다.

미디어센터 천막 한쪽에 있는 식당에서 열린 샴페인 축하연과 케이크 커팅식 때 유소연(26·하나금융)과 백규정(21·CJ오쇼핑) 두 후배가 나란히 손팻말을 들고 찾아와 박인비의 얼굴로 교체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모두가 박인비로 변신해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그의 업적을 기념하고 각별한 추억을 공유한 셈이다.

박인비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10년째 단짝 캐디 브래드 피처, 스윙 코치이자 자상한 남편인 남기협 씨와도 같은 탈을 쓰고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LPGA 사무국은 또 박인비의 사진과 함께 LPGA 명예의 전당 입성을 축하한다는 글구가 담긴 케이크를 제작해 박인비를 기쁘게 했다.

박인비가 다소곳이 케이크를 자를 때 주변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박인비가 18번 홀 그린 쪽으로 다가오자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마이크를 잡고 실내·외 관람객들에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박인비'가 온다고 알렸고, 갤러리들은 볼일을 잠시 멈추고 나서 걸어오는 박인비에게 시선을 돌렸다.

보기로 홀 아웃 함과 동시에 박인비의 1라운드가 끝나자 박세리와 안니카 소렌스탐을 비롯한 LPGA의 전설들이 하나둘씩 그린으로 들어와 박인비와 포옹을 나누고 명예의 전당 식구가 된 것을 축하했다.

이날 미디어센터에 배포된 각종 안내 책자의 첫머리는 박인비의 이름 석 자로 도배됐다.

대회 공식 프로그램 책자의 표지 모델은 지난해까지 3회 연속 이 대회 정상에 오른 박인비였다.

이번 대회 10가지 얘깃거리 중 첫 번째도 박인비의 명예의 전당행 소식이었다.

그가 이번 대회를 제패하면 LPGA 사상 메이저대회 4회 연속 우승을 일군 첫 선수가 될 것이라는 게 두 번째로 큰 뉴스다.

박인비는 공식 인터뷰에서 "골프를 해오면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면서 "그중에서도 명예의 전당 입성은 모든 성적과 기록을 합해야 이뤄지는 것인 만큼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골프 이력에서 두 번째로 값진 순간을 2013년으로 꼽았다.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 오픈 등 메이저대회를 3연속 석권한 해다.

박인비는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을 우승해 마침내 모든 메이저대회를 한 번씩은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을 세 번째로 빛나는 이력으로 내세웠다.

오후 1시 반에 첫 티샷을 날린 뒤 행사 후 팬들과의 사진 찍기까지 공식 일정이 오후 8시가 넘어서야 끝났지만, 박인비의 얼굴에선 피로감보단 행복감이 묻어났다.

(새머미시<미국 워싱턴주>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