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브리핑 중 사건처리 원칙 설명에 공화당 의미 부여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논란을 범죄로 규정하려는 공화당의 선전전이 시작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논란에 대한 원칙을 설명하던 중 '형사사건 수사'(criminal investigation)라는 말을 언급했다.

이는 논란의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클린턴 후보 지지에 압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의 일부였다.

질문자는 보수성향 매체인 폭스뉴스 기자 제임스 로센이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이슈를 논의할 때 어떤 형사사건 수사라도 어떠한 정치적 간섭도 받지 않고 이뤄져야 하며 사람들이 정치적 영향력, 위상, 정당, 정치적 후원자와 관계없이 법 앞에서 똑같은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공화당원들은 이 발언이 전해지기 무섭게 백악관이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논란을 형사사건으로 규정했다고 해석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FBI의 조사가 본질적으로 범죄라는 것을 백악관 대변인이 누설했다"고 이메일을 돌렸다.

그간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에 대한 FBI의 조사를 안보상 필요한 검토일 뿐이라며 범죄수사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왔다.

전국위 대변인인 마이클 쇼트는 성명을 통해 "백악관이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이메일 조사가 범죄사건임을 인정하면서 통상적인 안보 검토라는 힐러리의 부정직한 주장이 박살 났다"고 주장했다.

쇼트는 "이번 발언을 계기로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서 정부의 투명성 법규를 회피하고 고급기밀을 누설하며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클린턴 후보의 망동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클린턴 전 장관이 맞붙을 것으로 굳어진 올해 미국 대선에서 이메일 논란을 둘러싼 공방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9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정부가 지정한 서버가 아닌 자기 개인서버를 이용해 이메일을 송수신했다.

해킹 우려 때문에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기밀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항변한 말이 거짓말 논란으로 비화해 일부 유권자들이 정직성을 의심하게 됐다.

미국 국무부는 클린턴 전 장관으로부터 문제의 사설 서버를 제출받아 공무에 쓰인 이메일 3만68건을 기밀만 빼고 모두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이메일 가운데 나중에 기밀로 지정된 것들이 실제로 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급 비밀(top secret)이 22건, 2급 비밀(secret)이 65건, 3급 비밀(confidential)이 2천28건이었다.

공화당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메일 사건의 독립적 조사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도 관측됐다.

존 코닌(텍사스·공화)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클린턴 후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가 이해충돌이라며 특별검사를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