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사건으로 생각으로만 머물던 계획 실행했을 수 있다"

수락산에서 여성 등산객이 피살된 지 10일 만에 약 7㎞ 떨어진 사패산 등산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폐쇄회로(CC)TV가 없고 인적이 드문 등산로에서 홀로 등산하는 여성을 노린 점 등 두 사건에 비슷한 점이 많아 모방범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경찰은 지난 8일 오전 7시 10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사패산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정모(55·여)씨의 사인이 목졸림과 두부 손상이라는 국과수의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수락산에서 등산하던 60대 여성을 김학봉(61)씨가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사패산 사건 발생 불과 10일 전이다.

사패산과 수락산 사건은 인적이 드문 시간대와 장소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정씨는 사건 당일 낮 12시 40분께부터 홀로 산을 올랐다.

정씨가 오른 의정부 예술의전당∼사패산 등산로는 평소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만, 오후 들어서는 등산객이 줄어든다고 한다.

사건 현장 인근 절에 다니는 A(53ㆍ여)씨는 "새벽에 등산객이 가장 많고, 오후에는 급격히 줄어든다"며 "특히 사건 당일에는 오전에 비가 내려 등산객이 평소보다 훨씬 적었다"고 말했다.

이날 날씨와 시간대를 고려해 볼 때 정씨가 살해된 것으로 예상되는 오후 2시 30분에서 오후 3시 10분 사이에는 사건 현장 인근을 지나는 등산객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실제 경찰은 현재까지 목격자 등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정씨의 시신은 다음날 오전 7시에야 발견됐다.

정씨가 발견된 장소 역시 등산객들에게는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주 등산로에서 돌아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이라는 점도 등산객이 많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수락산 사건과 비슷하다.

등산로 초입 외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고, 목격자가 될만한 인적도 거의 없는 시간대, 장소에서 혼자 등산하는 여성은 범인에게 쉬운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교수는 "사전적 의미의 모방범죄일 가능성은 적지만 사패산 사건의 범인은 수락산 사건에 큰 영향을 받은, 이른바 활성화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범죄학에서 사전적 모방범죄라는 것은 범죄에 대한 생각이나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를 보고 범죄를 따라 하는 것으로, 주로 청소년들이 게임이나 폭력물 보고 하는 것을 말하는 데 이번 범죄는 일단 그런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평소 산을 다니며 강도 등 범죄에 생각이 있었던 범인이 수락산 사건을 미디어를 통해 접하면서 생각으로만 머물던 계획이 행동으로 활성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범인은 범행을 계획하며 붙잡힐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며 "평소 강도 등 범죄에 의지가 있었던 범인이라면 수락산 사건을 미디어로 접하며 등산로가 범죄에 취약하다는 정보를 습득, 범행하는 데 반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모방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이 비슷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피의자가 검거되기 전이라 사건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jhch79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