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 소액주주, 조정신청 움직임…청구가보다 낮은 현 주가도 변수

지난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는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가격이 낮게 정해졌다는 서울고법 결정이 올해 증권업계 최대 합병 건인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미래에셋증권의 결합 과정에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각각 열고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비율은 이사회 결의일 전날인 5월12일 종가 등을 기준으로 1:2.9716317로 정해졌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의 주당 가치가 미래에셋대우의 2.97배라는 의미다.

5월12일을 기준으로 삼아 합병에 반대하는 미래에셋대우 주주에게 제시된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은 관련 법규에 따라 보통주 1주당 7천999원으로 산출됐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병 이사회 결의일 전날부터 2개월, 1개월, 1주일 가중평균 주가를 바탕으로 주식매수 청구권 값을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고법은 최근 옛 삼성물산 주식매수 청구가를 올려달라고 일부 합병 반대 소액 주주들이 신청한 사건에서 1심과 달리 이 규정을 배제한 결정을 내렸다.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면서 매수청구 가격을 주당 5만7천234원에서 6만6천202원으로 16.4% 높여주라고 결정한 것이다.

서울고법은 삼성물산이 합병계획 발표를 앞두고 주택공급에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그룹 일감을 다른 계열사에 넘기는 등 주가 낮추기에 나선 정황이 있다는 점을 들면서 주가가 인위적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낮은 시점(제일모직 상장일인 2014년 12월18일)을 골라 새 청구가격을 정하라고 주문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같은 그룹 계열인 두 회사가 작년 7월 합병을 결의할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제일모직 지분율은 42.19%, 옛 삼성물산 지분율은 1.41%여서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질 경우 이론적으로 합병법인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올라가는 구조였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합병을 확정한 이사회 결의 하루 전날에 대해 삼성물산 기업가치를 공정하게 따질 만한 기준 시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서울고법 결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향후 대형 인수합병 사례에서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을 산정하는 관행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당장 진행 중인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합병 과정에도 변수로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12월24일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합병을 전제로 한 인수가 결정되자 연기금, 증권사 등 기관을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은 대우증권 주식을 팔고, 미래에셋증권 주식을 사들이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대우증권에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세력까지 몰려들어 주가를 짓눌렀다.

시장 참여자들이 인수자(미래에셋증권) 측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결정될 것이라는 이른바 '대주주 불패의 법칙'을 믿고 그것에 맞춰 투자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새 주인이 결정되기 전날인 작년 12월23일 대우증권 주가는 1만250원이었다가 합병 결의일인 올 5월12일 7천650원으로 25.4% 급락했다.

반면에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같은 기간에 1만9천450원에서 2만2천900원으로 17.7% 상승하는 등 대우증권 주가와는 엇갈린 흐름을 탔다.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되는 것에 반대해 온 대우증권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런 주가 흐름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대응을 통해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가격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종각 '대우증권 소액주주 권리 찾기' 대표는 "삼성물산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과 면담했다"며 "미래에셋 측과의 대화 결과에 따라 매수청구가 조정 신청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대우증권 주식매수 청구가 산정 기준을 합병 결의일에서 우선협상자 대상 선정 전날인 작년 12월23일로 바꾼다고 가정하면 매수 청구가격이 이미 정해진 7천999원보다 20%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우리는 (삼성물산 케이스와) 완전히 다르다"며 "법대로 시장상황에 따른 주가에 맞춰 합병비율과 대우증권 주식 매수청구권 가격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주가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투자자들이 향후의 주가 흐름을 예측해 매매함으로써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일 미래에셋대우 종가는 7천860원으로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7천999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20일로 예정된 합병 주총 때까지 이런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면 일부 소액 주주는 물론이고 기관 투자자들도 가세해 주식매수 청구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올 11월1일 통합법인 출범을 목표로 하는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가도에 막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