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첫 공식논평 "새 시대 부합되는지 검증 필요…직분에 충실해달라"

야권 내에서 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30일 미국으로 출국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반반(反潘·반기문) 전선'이 구축되는 흐름이다.

야권은 반 총장이 방한 초기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을 때만 해도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어느 자리에서든 야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화제는 반 총장이었다.

더욱이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예방 및 경남 안동 방문 등 심상치 않은 광폭행보가 어이지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파죽지세를 보이자 반 총장 행보의 부적절성을 비판하거나 자질을 평가절하하며 이른바 '반반' 공세에 일제히 나섰다.

"유종의 미를 거둬 코피아난 같은 총장으로 남으라"는 것이었다.

반 총장의 '조기등판' 현실화가 기존 대선주자 구도를 흔들어 놓을 뿐 아니라 내분 사태로 느슨해졌던 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야권은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지난 25일 반 총장 방한 후 당 차원의 공식 언급은 꺼려온 야권은 이날 반 총장의 출국에 맞춰 대변인 차원의 공식 반응을 내놨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20대 국회 개원일인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오늘은 새로운 시간, 시대를 시작하는 날"이라며 "다음 대선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혀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다음 대통령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간과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반 총장이 여기에 부합되는 분인지 좀더 검증이 필요하다"며 " 부디 현재 유엔총장으로 세계의 평화, 인권, 분쟁 해결에 진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장정숙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임기가 이제 7개월 밖에 남지 않은 반 총장이 성공한 외교관으로서, 또 중립적이어야 할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며 "세계인들과 국민은 그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원내대변인은 "그러한 여망을 반 총장 스스로 잘 아실 것"이라며 "행여 치우친 자세로 권력을 탐하는 것으로 보이거나 본연의 의무를 방기한다면 국민도 국제사회도 지탄하고 말 것이다.

부디 사무총장 직분과 의무에 충실해줄 것을 고언한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급 인사들 사이에서도 반 총장에 대한 언급이 쏟아졌다.

특히 더민주 인사들의 발언 행간에서는 "참여정부가 만들어준 유엔 사무총장인데, 여당으로 갔다"는 '배신감 어린 감정'도 묻어났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외교 공무원으로서 훌륭한 분이고, 사람은 좋은 분"이라면서도 "현실정치에 오면 외교관의 문법으로 대한민국 정치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간직한 채 여당으로 가실 것"이라고도 했다.

참여정부 내각에 함께 몸담았던 정세균 전 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의 대권행보는 대한민국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라며 "내각에 함께 있을 당시 이 분이 대한민국을 책임질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우원식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조급증이 반 총장을 너무 빨리 불러낸 것"이라며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 오찬에 배석한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진정성이 있다면 아무리 바빠도 봉하마을을 꼭 방문했어야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다 만들어 줬는데, 정치적 도의나 상도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이 너무 나간 것 같다.

청와대와 여권이 만들어준 꽃가마를 탄 기분이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검증하면 좋은 평가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반기문 효과'에 대해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잠식 당할 수도 있고 반대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항상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