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거듭되는 구조조정…실탄 마련 둘러싸고 정부·한은 이견 여전
삼성중공업 채권단은 자구안 보완 요청할 듯

금융팀 = 총선 이후 야심차게 시작된 구조조정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우선 '운명의 한 주'를 맞은 해운업계의 앞날에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에 나선 현대상선은 19일 벌크선 선주들과 화상회의 형식의 컨퍼런스콜을 할 예정이었으나 전격 취소됐다.

채권단까지 나서서 지원했지만 전날 열린 주요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담판이 소득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애초 현대상선은 1조원에 달하는 용선료의 8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선 선주 5곳을 서울로 초청해 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무리 짓고 벌크 선주와 컨퍼런스콜로 연달아 협의를 벌인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과 관련한 다음 일정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으로 여겨지던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한 가운데 정부와 채권단이 정한 데드라인인 20일을 맞게 돼 시장에선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한 듯 19일 주식시장에서 현대상선 주가는 전날보다 15.04% 급락한 1만1천300원에 마감됐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고 법정관리로 갈지는 봐야 한다"면서도 협상이 무산되면 법정관리로 간다는 애초 방침에 대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구조조정의 원칙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이라면서 우회적으로 해외 선주들의 동참을 압박했다.

같은 날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첫 사채 만기 연장에 성공하면서 첫 고비를 넘겼다.

한진해운은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회사채 보유자를 상태로 채무 재조정을 위한 집회를 열어 358억원의 회사채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자율협약의 조건 중 핵심인 용선료 협상은 이제 시작하는 수준인데다 더 큰 규모의 채무 재조정도 남아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조선업 구조조정도 기업들이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중공업 채권단은 지난 17일 제출받은 자구안을 다음주 초까지 검토해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자구안에서 생산력 감축, 유동성 확보 등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과 함께 기존의 대출자금에 대한 연장이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운용자금 지원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선 채권단이 삼성중공업에 자구안 보완을 요구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어려워진 경영 상태를 대주주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삼성그룹의 지원안이 포함되리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는 삼성그룹의 지원 요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른 시일 내에 검토를 마쳐 보완이 필요한 부분과 앞으로 계획 등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식 역시 난항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2차 회의를 열어 한국은행의 직접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식을 병행하는 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한은의 직접출자를 둘러싸고 여전히 한은과 정부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수출입은행에 한은이 직접 출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은은 여기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