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제조업 강국 독일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계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서 독일 기업이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간) “중국의 가전업체 메이디가 독일의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에 대한 M&A를 추진 중”이라며 “독일 기업이 중국 기업의 주된 M&A 타깃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메이디가 쿠카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쿠카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보유한 높은 기술력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쿠카는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업체 중 하나로 스위스의 ABB, 일본 야스카와전기 등과 경쟁하고 있다. 메이디는 지난해 야스카와전기와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워 로봇산업에 진출해 쿠카 인수가 성사되면 메이디는 세계 로봇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해외 기업을 M&A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독일 기업을 사들였다. 2014년 28개, 지난해 25개의 독일 기업을 인수했다. 올해는 5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20개의 독일 기업을 품에 안았다. 중국화공이 산업용 기계업체 크라우스마페이를 10억1000만달러에 인수한 것과 베이징홀딩스가 신재생에너지업체 EEW를 15억8000만달러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제조 2025’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고급 디지털선반 및 기계로봇, 신에너지 자동차, 항공우주장비, 해양공정장비 등의 10대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니콜로 살사노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독일 기업은 기계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첨단제조 기술 확보에 혈안이 된 중국 기업 입장에서 최적의 M&A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