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낙선자는 마음 떠났고, 예비 국회의원은 의정활동 못해
19대 마지막 임시국회도 무쟁점 법안 '면피성 처리'에 그칠듯

4·13 총선 직후 여야 3당의 합의로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지난달 21일 소집됐지만, 2주일 넘게 국회 회의장 곳곳은 텅텅 비었다.

총선 결과 현역 의원의 49.3%가 교체되면서 낙천·낙선·불출마자가 의석의 절반을 채운 '레임덕 세션'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부터 19대 국회가 종료되는 이달 29일까지 약 2개월 동안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나 다를 바 없는 처지에 놓였다.

여야는 오는 19일 한 차례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밀린 숙제' 가운데 일부라도 해 놓고 떠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쟁점 법안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가운데 여야 3당의 원내지도부가 바뀌면서 아직 이들은 한자리에 모이지조차 못했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본회의에서 처리할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전임 원내지도부 시절 마련된 중점 처리 법안만 넘겨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19대 국회 상임위원 중 낙선자가 많다 보니 상임위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며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각 당이 발표한 주요 법안 처리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국민의당 원내 핵심 관계자도 "법사위를 통과한 무쟁점 법안에 그치지 않고 추가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달리 상임위 회의를 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여야 3당이 이번 임시국회의 성과물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일치된 관측'을 내놓으면서 법사위에 계류된 32개의 무쟁점 법안들만 '면피용'으로 처리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개 법안, 세월호특별법과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등 여야가 각각 내세우는 쟁점 법안에 손도 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규제프리존특별법처럼 어느 정도 의견이 접근된 법안의 처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여야 3당이 각각 4∼5개 법안을 중점 처리 법안으로 지정,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합의 처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자던 각 당 원내대표들의 공언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당면 현안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한 청문회 개최나 피해보상 특별법의 경우 야당이 이를 주장해 온 가운데 새누리당도 이날 당정협의에서 청문회 개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10일 소위를 가동한다.

그러나 당정이 진상 규명에 혼선을 빚을 것을 우려해 청문회 개최 시점을 "검찰 수사 이후"로 못박은 데다, 최근 발의된 특별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별법과 관련해 "소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단일한 안을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다"며 "19대에서는 더이상 특별법 논의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20대 들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가 회기 종료를 앞두고 이렇듯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19대 국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4년마다 의회의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교차하는 과도기의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회기 말 2개월의 공백기 동안 사실상 일손을 놓으면서도 매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지나친 특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조원진 운영제도개선소위원장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은 국회의원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며 의원 세비를 줄여 정책 보좌직원 채용에 사용하고, 회의수당의 지급 기준을 까다롭게 하는 법률 개정을 주장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이 개인적 영달을 위해 당선만 바라보는 등 직업적 소명의식이 없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다"며 "국회의원 특권이 너무 큰 탓에 낙선하면 일할 의욕이 사라지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