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상장 ETF '열풍'] '박스피'에 지친 개인투자자들…'ETF 해외 직구'에 뭉칫돈
해외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가 글로벌 분산투자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ETF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식과, 지역 자산 업종 스타일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펀드와 비슷하다. 해외시장에는 국내보다 훨씬 더 다양한 ETF가 상장돼 투자 포트폴리오를 한층 정밀하게 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메뉴 다양한 해외 ETF

ETF는 낮은 비용으로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재테크 상품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SPDR S&P500 ETF Trust(SPY)’ 1주를 투자하면 205달러로 미국 S&P500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전체를 사들이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난다.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세계 증시에 상장된 ETF는 4396개이고 시가총액은 3150조원 규모에 이른다. ETF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만 1700여개의 상품이 상장돼 있다. 지수 하루 변동폭의 3배만큼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3배 ETF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상품이 즐비하다. 엇비슷한 성격의 주식에만 투자하는 ETF도 있다. 낮은 변동성을 가진 미국 주식으로 구성된 ‘iShares MSCI USA Minimum Volatility ETF(USMV)’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 상장된 57개 해외 ETF 대부분이 국가별 대표지수를 추종하거나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순한 형태인 것과 대조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중국 기술주에 투자하는 ETF를 만들고 싶어도 금융당국이 헤지(위험회피)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막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상장 ETF로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 운용업계에는 뼈아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해외 상장 ETF 투자 방법은 주식과 똑같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영업점 전화를 통해 해외 상장 ETF를 사고팔 수 있다. 매매 주문은 ETF가 상장돼 있는 해외 거래소의 거래시간에만 가능하다. 투자하기 위해서는 현지 통화를 미리 환전해 둬야 한다. 원화 강세 때는 해외 주식 투자가 유리하지만 원화 약세 국면에서는 환차손을 볼 수 있다.

어떤 ETF 고를까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거래가 많은 해외 주식 5개 중 3개가 ETF였다.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홍콩 증시에 상장돼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CHINA AMC CSI 300 INDEX ETF’의 거래대금이 47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유가 하락 시 낙폭의 3배 수익을 내는 ‘VS 3X INV CRUDE Oil ETN(DWTI)’과 유가 상승 시 3배 수익을 내는 ‘VS 3X Long CRUDE Oil ETN(UWTI)’도 각각 2353억원, 2068억원어치 거래됐다.

유가 반등세와 미국 셰일업체의 파산신청 여파로 최근 3주 연속 에너지 관련 ETF에서는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여전히 에너지 ETF를 좋게 보고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하다”며 “우량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Energy Select Sector SPDR(XLE)’은 하위 업체들의 파산이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과 희귀금속(팔라듐·플래티늄) 관련 ETF도 지난달 말 자금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하반기 중국의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 시행을 앞두고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36개 중국의 유망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는 ‘KraneShares Trust(KWEB)’도 투자 유망 ETF로 꼽혔다. 장기 투자자라면 전기차(Market Vectors Glbl Alter. Engy ETF Trst·GEX)와 헬스케어(iShares S&P Global Healthcare Sect.·IXJ) 관련 ETF에 주목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글로벌 ETF로 자산배분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쿼터백투자자문의 조홍래 이사는 “유럽과 중국, 남미 지역 주가지수와 연동하는 ETF들을 지난달 새로 편입했다”고 말했다.

■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s. 주식 채권 원자재 통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지수연동형 펀드. 기존 인덱스펀드와 달리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ETF 본고장인 미국 증권시장에는 2조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1700개 ETF가 상장돼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