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劉 고해성사 해야" vs 비박 "대통령 인식 안바뀌어 답답"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27일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복당 허용 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향후 당내 분란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주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전혀 협조를 안 해 주고 계속 반대 목소리만 냈던 사람도 대통령 사진을 갖고 마케팅을 하면서 다녔다"며 유 의원을 겨냥한 게 발단이 됐다.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유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존영'을 반납하라는 당의 요구를 거부해 충돌을 빚기도 했다.

양대 계파는 특히 4·13 총선에서 놓친 제1당 지위 회복을 위한 탈당파 7명의 복당 허용 여부가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시기에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계파 갈등이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드러내놓고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친박계는 유 의원에 대한 반감이 여전했고, 비박계는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박 대통령의 인식에 변화가 없다며 강한 불만감을 품었다.

이는 앞으로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에도 두고두고 계파 갈등을 조장할 불씨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원래 정치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면서 "당론과 어긋나게 사회주의자 비슷한 발언을 한 유 의원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유 의원은 고해성사를 하고, 앞으로 당이 지키려는 가치에 위배되는 언행을 할 때는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당 하려면 일종의 '사상 전향 선언'을 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선거를 망친 데 유 의원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하고, 마치 희생양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면서 "결국은 자기 정치를 위해 대통령을 이용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현실적으로 복당을 논의할 시점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저를 포함해서 누구라도 배신의 정치 같은 것을 경험하는데 그렇게 일일이 탓해 가면서 정치하기는 어렵고,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수도권의 한 비박계 의원은 "우리가 이렇게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 데에는 특정 의원에 대한 대통령의 감정 표출이 지나쳤던 것도 있다"면서 "그런데도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대통령의 인식이 안바뀌고 있는 게 정말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결국 대통령 인식과 발언 때문에 그 피해를 우리 당이 모두 뒤짚어 쓰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이신영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