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이 계속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청년(15~29세)실업률은 11.8%로, 3월 수치로는 실업자 산정 기준을 1주에서 4주로 바꾼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2월의 12.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청년고용률이 41%로 작년 3월보다 1%포인트 높아졌고, 통상 3월은 국가직 및 지방직 공무원시험 응시자를 접수하는 시기여서 실업률이 높게 나온다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청년실업은 당사자인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의 좌절은 곧 정치·경제·사회적 불안요인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20대 총선이 예상외의 여소야대로 귀결된 데에는 분노한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급증한 게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는 게 야권 주장이기도 하다. 이번 2030세대의 투표율이 19대 총선에 비해 12.1%포인트나 높아져 야(野) 3당에 167석의 압도적 과반수 의석을 몰아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정당들의 청년실업 대책은 정치권이 다루는 핵심 주제에서 벗어나 있다. 해외기업의 U턴 등으로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새누리당이나, 경찰 소방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겉돌기는 다 마찬가지다. 특히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공공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고용의무할당제(3%)를 민간기업으로 확대해 각각 3%와 5%를 의무 채용토록 하겠다는 공약까지 제시하고 있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 쌓아두지 말고, 이를 재원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라는 압박이다. 그러나 기업의 경제적 계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투자와 고용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기업들의 등을 억지로 떠민다고 일자리가 생기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고용이 된다고 해도 지속성이 없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다는 엄연한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 일자리 사업이 196개나 되지만 중복·유사사업이어서 고용효과가 없어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서는 지경이라는 점만 봐도 알 것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더 만들 여지가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특히 대기업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대형마트 규제, 중소기업적합업종 등으로 투자가 다 막혀 있다. 여기에 더민주는 기존 순환출자까지 없애겠다고 한다. 투자를 금지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기업들이 국내에서 공장을 지으려 해도 짓기가 어렵다. 국회 정부 지자체의 중층적인 규제와 간섭, 생산성을 훨씬 웃도는 고임금, 정규직 과보호로 비정규직과의 이중구조를 고착시키는 대기업 강성노조의 기득권, 각종 사회단체와 업종단체 등의 지역이기주의에 번번이 발목을 잡혀 새로 공장을 지으려면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떠나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한 번 해외로 나간 기업은 국내로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다. 게다가 전체 산업의 51%가 시장 진입규제로 신규 기업의 설립을 막고 있는 판이다. 일자리 나올 데를 막아놓고 청년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인가.

일자리에 대한 철학이 문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일자리는 기업 투자의 결과다.
기업규제 따로, 일자리 대책 따로 일 수가 없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대책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