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이어 두번째로 헤라서울패션위크 총감독

'2016 F/W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요즘 넘쳐나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또 다른 행사 장소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대선제분 공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주민들이 폐공장 터에 모여드는 젊은 관객들을 보며 어리둥절해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난 21일 개막한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정구호 총감독은 서울패션위크를 이만큼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한국의 톰 포드'라 불리는 유명 디자이너이기도 한 정 총감독은 지난 봄·여름(S/S) 시즌부터 서울패션위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두 번째 역시 쉽지 않았다"며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

뿌듯하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정 총감독은 이번 시즌에선 전문 바이어와 디자이너 간 상담이 이뤄지는 트레이드 쇼를 신설해 패션쇼와 분리 진행했다.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서울패션위크를 더욱 내실있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는 전시부스를 만들어 국내 디자이너와 해외 바이어 간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러자 100여 개 디자이너가 참여해 수주회를 열었다.

바니스, 버그도프 굿맨, 삭스 피프스 애비뉴 등 해외 유명백화점을 비롯, 국내외 바이어 200명이 트레이드 쇼에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는 "바이어와 디자이너가 함께 앉아 옷을 만져보고, 디자인 철학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꼭 필요했다"며 "조금 욕심을 내서 이전보다 많은 바이어를 초청하고, 다양한 행사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도 시작이 나쁘지 않다"며 "실제로 좋은 계약이 몇 건 성사됐고, 기대하지 않고 온 외국 바이어들도 감탄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덧붙였다.

정 총감독은 이번에 문래동에 위치한 대선제분 폐공장 터에 패션쇼 장과 전시부스를 만들어 색다른 시도에 나섰다.

이는 군수공장 지대에 예술타운을 만든 중국의 '베이징 798 예술특구'와 흉물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영국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연상케 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비록 주요 행사가 개최되는 DDP와 거리가 먼 것이 단점으로 지목되긴 했지만 정 총감독의 선구안이 돋보이는 아이디어였다.

"해외 바이어들이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물론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공간도 필요하지만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중요하니까요. 기억에 남을만한 상징성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번 서울패션위크에는 세계 패션계의 거물인 사이먼 콜린스 파슨스 디자인 스쿨 전 학장과 사라 마이노 이태피판 보그 시니어 에디터도 참가했다.

특히 사이먼 콜린스는 연합뉴스와의인터뷰에서 서울패션위크가 파리·뉴욕·밀라노·런던에 이은 세계 5대 패션위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총감독은 이에 대해 "서울패션위크는 이제 시작이다"라며 "해외 명사들이 초대를 안 해도 오고 싶을 정도로 더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자이너의 개별 콘텐츠가 좋아지면 패션위크도 시너지가 날 수밖에 없다"며 "서울이 파리, 뉴욕, 밀라노, 런던을 잇는 5대 패션위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패션위크 내내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정 총감독은 그만큼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패션위크에 많은 관심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정 총감독은 국립무용단의 공연 '묵향'과 '향연'을 연출하는 등 패션계 밖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런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 패션의 해외 진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 총감독은 올해 안에 해외 주요 도시에서 팝업 스토어를 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여러 매장과 접촉 중이다.

잠 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그에게 한국 패션의 미래에 대해 마지막으로 물었다.

"요즘 후배 디자이너들은 캐릭터도 확실하고, 창의성도 돋보여요. 브랜드 콘셉트가 뚜렷한 후배들을 보며 참 기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