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벨기에와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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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천자칼럼] 벨기에와 이슬람](https://img.hankyung.com/photo/201603/AA.11443585.1.jpg)
프랑스, 독일과 국경이 닿아 있고 영국과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수많은 외침에 시달렸다. 특히 1, 2차대전 때는 독일군에 완전히 점령된 최대 피해지였다.
며칠 전 브뤼셀공항과 지하철역에서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폭탄테러가 발생하면서 어떻게 이런 선진국이 테러리스트 소굴이 됐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원인은 행정 불안에 있다. 벨기에는 작은 나라지만 지역과 언어가 나눠져 갈등이 심하다.
북쪽 플랑드르 지역에 사는 ‘플라밍’들은 전 국민의 57%로 네덜란드어를 쓴다. 남쪽 왈로니아지역에 사는 ‘왈롱’은 인구의 32% 정도인데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1%밖에 안 되지만 독일어를 공용어로 쓰는 지역도 있다. 지방 정부가 워낙 강해 1993년 출범한 연방정부가 힘을 못 쓰고 있다. 2010~2011년엔 541일간 장관들이 없는 ‘무내각’ 상태가 된 적도 있다.
지방정부가 강력하다 보니 경찰도 6개 행정조직마다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행정이나 치안은 불안한데도 도시는 국제적인 개방도시다. 테러리스트들이 언제든 열차를 타고 유럽 어느 곳이든 도주할 수 있다. 벨기에는 특히 밀항도 비교적 쉬워 불법 난민, 이민자들이 더욱 몰려들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암약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 것이다.
벨기에는 2차대전 이후 이슬람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여 현재 이슬람 인구가 50만명이다. 브뤼셀 인근의 몰렌베이크는 인구 10만명 가운데 3만명이 무슬림이다. ‘유럽 내 이슬람의 정치적 수도’라고까지 불린다. 파리 테러 등의 주범들이 모두 이 도시 출신이다. 몰렌베이크의 실업률은 벨기에 평균(9%)에 비해 3배가 넘는 30%에 달한다.
결국 이민자들에 대한 정책 실패가 ‘외로운 늑대들’을 자라게 한 것이다. 여기에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은 심한 편이다. 벨기에가 서유럽에서 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가입한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