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왼쪽부터)·이인제·김태호·원유철 최고위원이 17일 김무성 대표를 빼고 간담회를 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서청원(왼쪽부터)·이인제·김태호·원유철 최고위원이 17일 김무성 대표를 빼고 간담회를 했다. 연합뉴스
4·13 총선을 둘러싼 계파 갈등에 새누리당 지도부가 둘로 갈라졌다.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은 17일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을 김무성 대표가 추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재오 주호영 의원 등에 대한 컷오프 결정에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지도부 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무성 빼고 최고위 연 친박…공천회의는 파행…새누리 '두 동강'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등 친박 성향 최고위원과 김정훈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원유철 원내대표 주재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김 대표가 전날 비박계 의원을 컷오프한 공관위 심사안을 의결하지 않고 보류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서울 은평을) 등 7개 지역에 단수후보를 추천하고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대구 수성을)를 여성 우선추천 지역으로 정한 것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의결을 보류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반대하자 원 원내대표를 내세워 회의를 열고 전날 보류된 공천 심사안을 의결하려 했다. 새누리당 당헌은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땐 대표의 동의가 없어도 임시 최고위원회의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대표가 회의를 주재할 수 없을 땐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한다’는 당규 4조를 근거로 “대표가 궐위 상태가 아니므로 원내대표가 회의를 주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에게 공관위 결정을 존중해 공천 심사안을 의결하도록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 원내대표는 간담회 뒤 “공천 심사안을 보류한 것에 대해 김 대표가 최고위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공관위의 중립성을 저해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학용 권성동 의원 등 측근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김 의장도 참석,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간담회 결과를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

김 대표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사과 요구에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또 “당대표로서 당헌·당규를 수호하려는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김 대표가 이재오 주호영 의원을 컷오프한 것에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다”며 “18일 최고위원회의를 다시 열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이견이 해소될지는 모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고위원들의 계파 구성은 친박이 압도적이다. 최고위원 9명 중 김 대표와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 김 의장을 제외한 6명이 친박 성향이다. 따라서 공천 심사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일부에선 김 대표가 자신이 이의를 제기한 지역구에 대한 재심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결을 보류한 채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공천 확정이 늦어지면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큰 선택지다.

지도부 내 갈등은 공관위 파행으로 번졌다. 최공재 차세대문화인연대 대표를 비롯한 공관위 외부 위원 5명은 이날 공관위 회의 시작 30분 만에 퇴장하면서 “오늘 회의는 끝”이라고 선언했다.

회의에서는 주 의원에 대한 컷오프 결정과 김 대표의 공천 심사안 보류와 관련해 내부 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과 외부 위원들 간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김 대표는 공관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깼다”며 “사과하지 않는 한 안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공관위원은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을 가리켜 “공관위 논의 내용을 위에(김 대표에게) 보고하는 고자질쟁이”라고 비난했다.

유승호/조수영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