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생에너지', 독일 '脫원전', 영국 '원전 유지'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는 각국의 에너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이나 독일은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개발을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원전 유지 정책이다.

세계적으로 전원(電源·전기의 원천) 구성과 에너지 정책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공공 영역이던 전기사업에 민간자금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 미국, 재생에너지 투자 급격하게 확대

미국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체 구글 등도 정부 보증을 통해 태양광발전에 투자하고 있다.

풍력발전량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 6년간 3배로 늘어났다.

생산세 공제 효과로 2008∼14년에 미국에 새롭게 만들어진 발전소 31%가 풍력이었다.

2030년에는 미국 전체 발전능력의 20%를 풍력발전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내세운 에너지 정책은 '전부 활용' 전략이다.

취임초부터 지구온난화 대책으로서 재생에너지를 중시했지만, 천연가스 등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는 방침으로 변했다.

사용가능한 자원은 모두 개발한다는 태세다.

핵심은 셰일혁명이다.

에너지 안보 강화와 함께 에너지 비용 절감으로 국내산업을 후원한다는 구상이다.

원자력발전은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역풍이 세차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사고 직후에 조사위원회를 설치, 원전의 안전성 재확인을 시작했다.

2011년 여름 보고서는 "지속적인 원전 운전에는 지장이 없다"면서도 전원 상실시 대응이나 지진·홍수의 재평가 등 12항목을 권고했다.

이 같은 규제 강화로 인해 원전의 건설·유지 비용은 더욱 늘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검토했던 보글 원전 3, 4호기(조지아주)의 신설을 2012년 2월 34년 만에 인가했지만, 그 후는 폐로 결정이 잇따랐다.

비교적 값이 싼 천연가스 화력발전에 대항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 10월에는 19년 만에 와츠바 원전 2호기(테네시주)가 미국 당국으로부터 운전 인가를 받았다.

현재 미국에서 운전중인 원자력발전소는 99기다.

이 중 가동 40년이 넘은 낡은 원전이 38기다.

2010년 이후 5기가 문을 닫은 데 이어 추가로 몇 기가 폐쇄될 예정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 독일, 탈원전 가속…국민 원자력 불신감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 정지시킬 예정이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이 커서다.

동서냉전의 최전선이었을 때는 핵전쟁 때문에 두려워했고, 체르노빌 원전사고 뒤에는 건강피해를 걱정했다.

후쿠시마원전 사고까지 나자 원전 가동정지 정책이 다시 앞당겨졌다.

전력공급량의 14%를 차지하는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독일 에너지정책의 기본방침이다.

탈원전과 병행해 풍력, 태양광 등의 발전설비를 늘리면서 독일은 작년에 전체 전력공급량의 30%를 재생에너지에서 얻었다.

2014년 '재생가능에너지법'을 개정, 기업과 가계에 요금과 세금 부담을 분담시켜 재생에너지 비율을 2025년까지 40∼45%, 2035년에는 55∼60%로 올릴 계획이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전력요금이 너무 높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부과금'으로 1가구 평균 220유로(약 29만원)가 부과된다.

원전의 폐로가 이어지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원자력 불신이 강한 독일인들은 70~80%가 전기요금 인상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독일이 속한 유럽연합(EU) 내 사정은 복잡하다.

독일처럼 재생에너지 위주로 하는 나라는 소수다.

일례로 폴란드 정부는 2020년에 새로운 원전에 착공해 25년에 상업발전을 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 영국, 지진 없어 원전 반발여론 적어

영국은 2015년 남동부에 계획중인 원자력발전소에 선진국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산 원자로를 도입한다고 발표, 전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자국내에 중국산에 대한 안전성이나 안전보장상의 위험을 염려하는 여론도 있지만 원전 추진 자체에 대한 반발은 적다.

지진이 잦은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원전들은 노후화가 진행돼 2023년에는 대부분 갱신해야 한다.

원전건설에 외자를 수용, 고용을 늘리자는 여론도 강하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의 비율을 전체의 20%까지로 할 방침으로, 전세계 사업자에게 입찰을 개방한 채 새 원전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 에너지정책에서 신경쓰는 것은 장기적으로 자원고갈이 예상되는 북해유전 문제다.

석유부문 전력공급의 차질을 메우려고 원자력에서 일정량을 확보하려는 구상인 것이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추진한다.

영국정부는 2025년까지 12기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한다.

대신 총발전량에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3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조수간만 차를 이용한 조력발전도 그 구상 가운데 핵심이다.

영국은 시장원리를 적용해 전력생산 비용을 억제할 구상이다.

업자들이 저항했지만 작년 12월 소규모 태양광발전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풍력도 동일하게 보조금을 줄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