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서울 강북의 뉴타운들이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주거 선호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도심 접근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공원 도로 등 생활기반시설을 넉넉히 갖춘 뉴타운들이 생활권역 내 최고 인기 아파트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강남권 거주자들이 뉴타운으로 이사를 올 정도다. 돈의문·아현·흑석뉴타운 등의 매매가격(전용면적 84㎡ 기준)은 7억~8억원대까지 오르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못지않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 인기 치솟은 길음뉴타운 > 전세가율이 83%를 웃도는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이 중산층의 주거단지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도심 접근성이 좋고 명문학교가 몰려 있어서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강남 뺨치는 뉴타운 집값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2년부터 지정되기 시작한 1·2기 뉴타운은 최근 대부분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뉴타운은 민간 주도의 재개발이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주택 중심으로만 추진돼 난개발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시는 기존 재개발구역을 적정 규모의 생활권역으로 묶어 충분한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도록 했다.
이들 뉴타운은 도심 업무지역 인근에 있어 실수요자들이 선호한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대우건설이 북아현뉴타운 1-2구역에 지은 아현역푸르지오는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전용 84㎡가 7억2000만원을 호가한다. 분양가 대비 5000만~7000만원가량 웃돈이 붙어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는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의 새 아파트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20년 이상 된 같은 면적 아파트들과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이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과 3호선 독립문역 사이에 들어서 있는 돈의문뉴타운에는 ‘서울 4대문’ 내 최대 규모인 2500여가구의 아파트(경희궁 자이)가 들어선다. GS건설이 짓고 있는 이 아파트 84㎡ 분양권은 최근 8억2000여만원에 거래됐다. 당초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가량 웃돈이 붙었다.
동작구 흑석뉴타운에서는 서울 내 또 다른 중심업무지구인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흑석한강센트레빌 84㎡ 매매가는 7억6000만원, 전셋값은 6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흑석한강공인 관계자는 “흑석뉴타운은 동작구 내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로 자리를 잡았다”며 “지하철 9호선 덕에 여의도뿐 아니라 강남권 일대 주민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강남 접근성이 좋은 왕십리뉴타운도 실속형 거주자들이 선호하는 단지다. 이곳 텐즈힐 85㎡ 전셋값은 최근 6억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초에는 4억7000만~5억원 선이었다. 왕십리뉴타운공인중개 관계자는 “강남권의 비싼 집값과 전셋값을 피해 올라온 중산층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율 90% 육박하는 곳도
뉴타운 중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 길음뉴타운이다. 이곳 일부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90%에 육박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성북구 전세가율은 2013년 4월 63.2%를 기록한 이후 계속 올라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80%를 돌파했고 2월에는 83.3%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기준 성북구 종암SK아파트 전세가율은 88.9%를 기록했다. 길음뉴타운 2단지 전세가율은 85.7%, 4단지 전세가율은 84.5%에 달했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과 가까운 길음6단지 래미안 59㎡ 전셋값은 4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4억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 인근 1~4단지 59㎡ 매매가와 차이가 거의 없다.
고려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대일외국어고 서울대사범대부설고 등 주변에 학군이 밀집돼 있고 서울대병원 등 편의시설이 많아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마포, 서대문 등과 마찬가지로 도심 접근성은 높은 반면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젊은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이라며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노후 영구임대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선도 사업지로 지정된 노원구 상계마들이 이주 절차에 들어갔고, 하계5단지도 최근 사업계획이 승인됐다. 임대주택에 사는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비사업을 통해 늘어나는 물량을 장기전세주택으로 선보이는 만큼 주택 공급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상계마들, 이주 본격화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현재 상계마들 입주자를 대상으로 이주주택 추첨 신청을 받고 있다. 상계마들은 하계5단지와 함께 국내 최초로 재정비를 시행하고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이다. 지난 1월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이주 단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기존 세입자는 인근 영구임대, 매입임대 등으로 이사했다가 재건축이 완료되면 새 아파트로 우선 입주할 수 있다. 이주 기간 기존 임대료 수준은 유지된다.SH 관계자는 “기존 생활권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노원구와 인접한 자치구 위주로 이주주택을 마련했다”며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어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수요도 있어 강남구, 강서구 등에도 일부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상계마들엔 거주자뿐 아니라 상가 임차인도 있다. SH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상계획도 최근 공고했다. 보상액은 감정평가 등을 거쳐 산정한다.1988년 준공한 상계마들은 지상 5층, 3개 동, 170가구(전용면적 33㎡) 규모의 노후 영구임대 아파트다. 재건축을 거쳐 지상 19층, 3개 동, 363가구(전용 39·45㎡) 규모로 탈바꿈한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7층 이하)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올해 1만8000가구에 달하는 서울 도심 주택정비 사업에 나선다. 서울권에선 브랜드 단지 선호도가 높아 대형 건설사도 일찌감치 LH 도심 정비 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LH 서울지역본부는 올해 11개 단지, 1만8000가구 규모의 도심정비사업(7조4000억원)에 참여할 건설사를 공모한다고 5일 밝혔다. 이날 LH 서울지역본부에서는 주요 건설사 14곳을 초청해 상생 토론회를 열고 올해 공모 계획을 설명했다.토론회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주요 대형 건설사가 참여했다. LH와 건설사 간 업무 분담 계획을 비롯해 자금조달 방법과 물가 연동 방식 등 민간에서 궁금해하는 사업 내용을 논의했다.LH에 따르면 올해 서울권 도심복합사업은 연신내역세권(392가구)을 비롯해 신길2구역(1332가구), 쌍문역 서측(1404가구), 증산4구역(3568가구) 등이 예정돼 있다. 건설사 공모는 상반기 내 모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서울 공공재개발은 장위9구역(2230가구)과 신월7동-2구역(2228가구)에서 공모가 진행 중이다. 오는 6월부터 성북1구역(2086가구), 천호A1-1구역(747가구), 신길1구역(1483가구), 상계3구역(2550가구), 봉천13구역(473가구) 등 1만1797가구가 연이어 건설사 공모에 나선다. 전체 규모는 1만8493가구로, 지난해(6100가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민간 주택시장은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증가, 건설사 유동성 위기 등이 겹치며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LH는 이런 상황에서 민간과의 상호협력을 통해 도심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주택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LH 관계자는 “양질의 주택 공급과 더불어 주택 생태계 및 건설 경기 복원을 위해 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서울에서 추진되는 정비사업은 ‘입체공원’(개념도)을 조성해 상부에 공원을 만들면 하부 공간은 주차장이나 편의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도심 내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개발사업 사업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서울시는 입체공원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입체공원 설치·운영 기준’을 이달부터 전격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입체공원은 ‘입체적으로 공간을 활용’해 조성하는 공원이다. 공원 하부가 인공지반으로 건축물 또는 구조물이 설치되는 공원을 말한다.그동안은 대규모 정비사업 시행 시 부지면적의 5% 이상을 자연지반에 평면공원으로만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문화시설, 주차장 등 건축물과 구조물 상부의 인공지반에 조성하는 입체공원까지 의무 확보 공원으로 인정해준다. 서울시는 규제철폐 제6호로 입체공원 제도 도입을 발표한 바 있다. 강북구 미아동 130 일대 재개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가 입체공원 시범사업으로 추진된다.서울시는 입체공원의 입지 기준, 계획 기준, 관리·운영 등에 관한 종합적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도시기능 복합화, 보행 및 녹지 연결 등을 위한 입체적 공간 활용이 유리한 지형으로 토지 여건상 자연지반 공원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만 입체공원을 허용한다. 면적은 3000㎡ 이상, 폭원은 30m 이상 확보해야 한다. 입체공원 20% 이상은 지면에 접해야 한다. 지상층에는 주요 보행 동선과 연계하고 독립된 수직이동 시설을 확보하며 상시 개방해야 한다.서울시는 “인공지반에 조성하는 입체공원을 법적으로 의무 조성해야 하는 공원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