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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청소년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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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천자칼럼] 청소년 키
    “못생긴 건 용서해도 키 작은 건 용서 못한다”는 세상이다. 몇 해 전 “남자 180㎝ 이하는 루저”라는 소위 ‘루저녀’ 소동도 있었다. 세태를 반영하듯 키 크는 약이나 성장호르몬 주사가 비싸도 불티난다. 하이힐, 킬힐이나 키높이 구두·깔창은 화젯거리도 안 된다.

    키에 집착하는 것은 인류 공통인 듯하다. 몽테뉴는 큰 키를 “신체적 위엄에서 나오는 권위”로 표현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평균 180㎝ 정도다. 아버지 부시, 클린턴, 오바마 등은 185㎝가 넘는다. 키만 보면 트럼프(188㎝)가 가장 유리(?)한 셈이다. 연예계나 모델, 스포츠도 대개 장신이 유리하다.

    그러나 키 크면 싱겁다는 말이 허튼소리는 아니다. 장신이 병에 약하고 수명도 짧은 편이다. 차돌 같은 단신이 돋보일 때도 많다. 덩샤오핑은 153㎝였고 사르코지, 메드베데프, 베를루스코니는 165㎝ 이하다. 키 작다고 알려진 나폴레옹(168㎝)은 19세기 초 남성치곤 큰 편이었다. 메시(169㎝), 마라도나(165㎝)처럼 축구도 키로 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부모는 자녀 키가 컸으면 싶어한다. 자녀 예상 키 계산법으로 MPH(midparental height)가 있다. 부모 키 합계에다 13을 더하고(딸은 13을 빼고) 2로 나누는 것이다. 유전적 요인이 80%라지만 최종 키는 후천적 요인이 좌우한다. 남북한 청소년의 평균 키가 9㎝나 차이 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의학계 연구에 따르면 키는 영양, 수면, 운동과 연관이 높다. 그중에서도 고른 영양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 적절히 운동하면 식욕이 살아나고 숙면을 취해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된다. 하지만 과해서 좋을 건 없다. ‘우유 먹고 키 크고’라는 광고 카피는 영양 부족 시절 얘기다.

    흔히 농구 수영이 키 크는 데 좋고 역도 유도는 나쁘다는 것도 통념이라고 의사들은 지적한다. 키 큰 아이들이 농구·수영선수가 되지, 그 역은 아니라고 한다. 더구나 키 크는 약들은 효과가 없어 허위과장 광고로 적발되기 일쑤다. 성장호르몬 주사도 개인차가 크다. 키를 크게 하는 정답은 없는 셈이다.

    교육부 조사 결과 고3 남학생 평균 키가 173.5㎝로 3년째 제자리다. 10년 전보다는 되레 0.1㎝ 줄었다. 공부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탓인지, 유전적 한계인지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과거엔 ‘영양=키’였지만 영양 과잉이 성조숙증을 유발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청소년은 이미 아시아 최장신이다. 키보다는 10년 새 두 배가 된 고도비만이 더 걱정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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