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가능성·역량위주 원칙 천명…김한길 "계파·패권·기득권 없어야"
'물갈이' 본격화 예상…현역 "경선기회 박탈은 망나니짓" 반발도
이삭줍기 놓고 '온도차'…새정치 후퇴 논란, 계파갈등 우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5일 첫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착수했다.

전윤철 공천관리위원장의 거취 논란과 인선 갈등 등으로 출범이 지연된 공관위가 가동되면서 다른 당보다 늦춰진 공천 작업도 가까스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전 위원장은 이날 마포 당사에서 첫 회의를 주재하고 "저는 공직생활을 통해서도 그랬고 과거 청와대 비서실장을 할 때도 그랬지만,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은 대통령께도 승복을 하지 않은 바 있다"며 엄정한 공천 방침을 강조했다.

공천 원칙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분, 역량있는 분들 위주로 공천하는 데 여러분들이 뜻을 같이해줄 것을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자신의 거취 논란에 따른 공관위 '지각 출범'에 대해서는 "국민의당만 아직 공관위를 진행하지 못해서 국민께도 여러가지로 도리가 아니었다"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회의 시작전 인사차 들른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공관위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성역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당은 3무(無)공천, 즉 무계파·무패권·무기득권의 공천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여러분이 그 역할을 충분히 잘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엄정한 공천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정의의 여신 디케상(像)이 들고 있는 저울 모형을 전 위원장에게 선물했다.

국민의당은 이 저울에 3무 공천과 국민 눈높이 공천이라는 뜻을 담아 '국민의 저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회의에서는 공관위 부위원장에 이해영 한신대 교수, 간사에 정연정 배재대 교수를 선임하고 산하에 후보자격심사소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김동기 변호사를 후보자격심사소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비롯해 추후 위원 4명을 추가 선임하기로 했다.

앞서 천정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교체·야당교체·인물교체가 지금의 절박한 시대적 과제"라며 본격적인 인물교체를 역설했다.

김한길 위원장도 이날부터 당사에서 상근하면서 선거대책위원회의 체제 정비와 조속한 가동 준비에 나섰다.

이처럼 당이 본격적으로 공천심사 채비를 갖추면서 현역 의원들은 '물갈이 쓰나미' 가능성에 대한 걱정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물갈이'는 유권자와 국민에 맡겨야 한다"며 "컷오프로 경선 참여 기회를 박탈한다면 망나니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호남 '물갈이'가 시작될 경우 현역 의원들이 이에 반발해 탈당할 수 있고, 이 경우 원내교섭단체 구성 목표가 물건너가면서 당의 총선 전략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민주에서 공천 배제된 의원들의 영입 여부도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안철수 대표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공천 배제가 결정된 송호창 의원의 입당 가능성에 대해 "송 의원과 함께 의논해보겠다"고 말했지만, 천 대표는 컷오프 대상자 중 합류가 가능한 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별로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등 온도차가 드러났다.

당내에서는 컷오프 대상자 영입 시 '새정치 후퇴' 역풍과 함께 정체성 논란, 계파 갈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울러 더민주 컷오프 대상자를 받아들인 뒤 기존 소속 의원을 '물갈이'할 경우 당내 반발이 폭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박수윤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