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재무장관 "상호협력과 존중 무너질 수 있다" 강력 경고

미국과 유럽 간에 조세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13일 유럽 전문 매체 EU옵서버 등에 따르면,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다국적 대기업 탈세 혐의 조사가 미국 기업을 편향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며 강력 경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루 장관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마그레테 베스타거 경쟁 담당 집행위원에게 보낸 이 서한에서 EU 측의 세무 조사가 "불균형하게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 보조를 오랜 세월 유지되어온 개념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EU가 이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며 - 대부분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 조사하는 것은 국제 세무 정책을 불안하게 뒤흔드는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EU 규제 당국이 여러 국제 법규상 EU 회원국의 세금 징수 권한이 없는 소득을 추적하고 있는데, 이는 양자 간 조세조약을 허무는 일일 수 있다" 고 경고했다.

나아가 "이는 많은 나라가 발전시키고 보존하려 애써온 상호 협력과 존중의 (관행)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이런 접근 방식을 재고해줄 것을 귀하에게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 서한은 EU의 다국적 기업 세무조사와 관련한 미국 기업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재무장관이 공식 제기한 것이자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보복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로버트 스택 미국 재무부 국제조세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해 12월 1일 상원 재정위원회에 출석해 "EU 집행위가 불균형하게 미국 기업들만 겨냥하는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집행위를 방문해 불만을 드러냈으나 별 효과가 없자 이번엔 재무장관이 직접 EU에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는 "유럽에서 사업하는 모든 기업에 유럽 법규를 적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미국 기업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리카르도 카로도주 집행위 대변인은 "현재까지 집행위가 세무 규정 및 국가 보조금 문제와 관련, 회원국들에게 세금을 추징토록 한 대상은 대부분 유럽 기업"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340개 다국적기업과 룩셈부르크 조세 당국 간 비밀거래를 통한 세금 탈루 의혹을 제기하자 EU는 유럽 진출 다국적기업 전반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해 왔다.

EU 공정경쟁 당국은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정부 등이 자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의 세금을 깎아준 것은 공정한 세무집행을 포기하고 불공정한 '국가 보조금'을 지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등 다른 업체들을 차별하며 불이익을 준 행위로 보고 있다.

집행위는 벨기에 정부가 자국에 진출한 35개 다국적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준 것은 불법적 국가보조금에 해당한다고 지난달 밝히면서 벨기에 당국에 해당 기업들부터 7억 유로(약 9천180억원)에 달하는 감면액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또 아일랜드 세무당국이 세금공제 명목으로 애플의 법인세 납부액을 낮춰 줬다는 내용의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네덜란드 정부가 스타벅스에 세금 특혜를 제공한 혐의와 맥도날드 룩셈부르크 법인이 10억 유로 이상 세금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EU가 최종적으로 불법 판정을 내릴 경우 애플은 최대 190억 유로까지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다
EU의 세무조사 대상엔 유럽 기업도 많지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