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자산 두 배 늘어 110조
미국 금리 추가 인상에 주목…선진국 주식·달러 자산 늘릴 것
벤처투자도 내년엔 3000억으로…대체투자 '쏠림 현상'은 경계
우정사업본부 재정비…"올해는 밥값 좀 하자"
임직원들에게 독려…준법감시인도 외부 수혈
어떻게 투자하나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관투자가로 꼽힌다. 2005년 55조원이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110조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가량으로 불어났다.
우체국 예금 자산이 62조5000억원, 우체국 보험은 47조5000억원 규모다. 자금 운용은 가급적 민간에 위탁한다. 국내 자본시장이 우정사업본부의 자산 운용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말 단행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올해 자산 배분의 중요한 변수로 삼았다”며 “보수적 운용전략 기조 아래 미국 선진국 주식 비중을 소폭 확대하고 해외 채권 및 구조화채권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운용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 자산 투자 비중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정사업본부가 올해 중점적으로 보는 자산군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해외 채권이다. 동일(30년) 만기 국채만 비교해도 미국(연 2.8%)이 한국(연 2.1%)보다 0.7%포인트가량 높다는 이유에서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우체국 예금(1조2000억원)과 우체국 보험(4조2000억원)을 합쳐 총 5조40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진국 우량 채권은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민간 투자자 못지않은 수익을 내는 핵심 투자부문으로 자리 잡았다.
우정사업본부 보험의 해외 투자 비중은 22%로 국내 민간 보험회사 평균(5%)의 네 배를 웃돌았다.
우정사업본부의 지난해 운용 수익률은 예금 3.39%, 보험 4.5%였다. 예금 수익률은 조달 금리 대비 연 1%포인트를 웃돌았고 보험은 민간 보험사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김 본부장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체국 보험의 벤처투자를 작년 말 1880억원 수준에서 2017년 말까지 3000억원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대체투자는 상업용부동산유동화증권(CMBS), 메자닌, 커버드본드 등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설계된 구조화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운용 역량 강화 나서
그는 올 들어 임직원들에게 ‘밥값 좀 하자’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주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혼자 줄다리기를 하면 100%의 힘을 발휘해야 하지만 두 사람이 하면 70%, 세 사람이 하면 50% 정도의 힘만 분담한다”며 “공적인 조직에서 기관장의 역할은 무임승차 인원을 최대한 줄이고 주인 정신을 고취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행정고시 29회 출신으로 체신부 등에서 30여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직접 자산 운용을 하고 시장과 경쟁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국공채 투자와 같은 안전 자산만 직접 운용할 뿐 전략적 자산 배분과 같은 주요 의사결정이나 자산 매매 등 직접 투자 행위는 시장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식 등으로 내부 운용 역량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
김 본부장은 “다음달엔 여러 부서에 흩어진 내부 통제조직을 본부장 직속의 준법감시조직으로 통합한 뒤 준법감시인으로 외부 전문가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좌동욱/이현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