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종'자와 박영선의 '박'자를 딴 신조어 부상
정장선 이용섭 발탁에 '종박 계열' 전진 배치 촌평
친노 퇴조-중도파 약진에 경제정당 흐름 주도


'종박 시대'
20대 총선 공천 국면에서 '진박'(진짜 친박근혜), '가박'(가짜 친박) 논쟁이 한창인 새누리당 이야기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비상대권'을 넘겨받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김종인 비대위·선대위'의 멤버로 다시 전면에 선 박영선 비대위원의 이름에서 한음절씩 따와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심심찮게 회자되는 표현이다.

"선대위에서 친노 색깔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김 위원장의 공언대로 선명성을 내건 친노 운동권 출신 중심의 강경파의 퇴조와 탈(脫)이념·중도파의 약진으로 대변되는 더민주의 '파워 시프트'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과 이용섭 정책공약단장의 발탁 인선을 놓고도 당 안팎에서는 '종박 계열'이라는 농반진반의 말이 나왔다.

정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의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비서실에서 일하는 등 오랜 사이이고, 김 위원장은 이 전 의원에 대해서도 정책통으로서 오래전부터 인정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두 사람은 박 비대위원과도 가까운 사이이다.

가속화하는 더민주의 주도세력 교체 움직임과 비대위발(發) 쇄신 드라이브의 한가운데에 김 위원장과 박 비대위원이 서 있는 모양새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취임 일성으로 "친노 패권주의를 수습할 능력이 없으면 오지도 않았다"고 밝힌 뒤 '원톱'으로서 당 장악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 사이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인 노영민 의원은 '시집 강매' 논란과 관련,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공천 배제형 징계를 받은 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1일 이뤄진 선거기구 인선에서도 친노 색채는 빠지고 손학규계 및 중도파 등이 중용됐다.

2014년 10월초 세월호법 협상 파동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인선 파동 등의 와중에서 친노 강경파 등의 반발로 제1야당 원내대표직에서 중도하차한 박 비대위원은 비대위원 및 선대위원 발탁으로 이번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분당 국면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면서 캐스팅보트로 떠올랐으며, 지난달 21일 "'새경제 정통야당'을 지켜봐달라.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일에 집중하겠다"며 잔류를 결정했다.

두 사람은 더민주가 이번 총선의 핵심 어젠다로 세운 '새경제', '더불어성장론', '경제민주화' 등 경제담론도 주도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으로 꼽혀온 김 위원장과 삼성 등 재벌 저격수로 불려온 박 비대위원의 30년 인연을 묶어준 키워드도 '경제정의'였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도 비슷하다.

박 비대위원은 당시 의총에서 "삼성 특혜법", "금수저를 위한 법"이라며 이 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 김 위원장도 "원샷법은 여당에서 경제살리기 타이틀만 갖고 있는 것이지, 그 법만 있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냐"며 원샷법-선거법 일괄타결 쪽으로 당내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운동권정당 탈피'도 박 비대위원이 원내대표 시절 표방했다 당내 저항으로 좌절된 부분 중의 하나이다.

박 비대위원의 재부상과 맞물려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한 것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두 사람간 '핫라인 가동'에 촉각을 세우며 견제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주변 사람들과 세세하게 상의하기 보다는 의견을 듣고 혼자 결정하는 게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실제 정 전 의원은 총선기획단장 낙점 사실을 발표당일인 1일 오전에서야 잡힌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통보 받았다고 한다.

그마저 면담은 5분만에 끝났다는 후문이다.

박 비대위원도 비대위 합류가 일찌감치 기정사실화되긴 했지만, 정작 김 위원장의 별도 인선 통보 대신 인선 발표일인 지난달 27일 오전 비서실을 통해 "중앙위에 반드시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은 게 전부였다고 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당내 사정과 원내외 인사들의 면모에 대해 놀랄정도로 소상히 알고 있어 놀랄 때가 적지 않다"며 "인선 등을 할 때 혼자 결정하고 길게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