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집행위원회(EC)는 매년 12월 세계 2500대 연구개발(R&D) 투자 기업을 조사한 ‘유럽연합(EU) R&D 스코어보드’를 발간한다. 지난해 말 나온 2015 EU R&D 스코어보드(2014 회계연도 기준)에는 국가별로 미국이 829개, 일본이 360개, 중국이 301개로 1~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80개로 8위였다. 독일(136개) 영국(135개) 대만(114개) 프랑스(86개) 등이 한국보다 많았다. 2014년에도 한국은 80개로 8위였다. 당시엔 미국(804개) 일본(387개) 중국(199개) 영국(140개) 독일(138개) 대만(104개) 프랑스(89개) 순이었다. 1년 사이 중국 기업의 R&D 투자가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2500개 상위 기업의 R&D 총액은 6073억유로(약 798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 80개 기업의 투자는 236억유로(약 31조원), 3.9%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21억유로로 폭스바겐(131억유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14년에도 두 회사는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나머지 79개 한국 기업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LG전자는 25억유로로 한국 2위, 전체 46위에 랭크됐다. 이 회사는 2014년 49위에서 순위가 3계단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15억유로로 한국 3위, 전체 79위에 올랐다. 2014년 99위에서 20계단 상승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인 기아자동차(8억유로·153위), 현대모비스(3억유로·309위)를 합하면 26억유로로 43위인 덴소와 비슷해진다.

자동차 부문에서 현대차그룹보다 R&D 투자가 많은 기업으로는 폭스바겐, 도요타(9위·68억유로), 제너럴모터스(11위·60억유로), 포드(13위·56억유로), 메르세데스벤츠(14위·56억유로), 보쉬(17위·50억유로), 혼다(20위·45억유로), BMW(21위·45억유로), 피아트크라이슬러(30위·36억유로), 닛산(34위·34억유로) 등이 있었다.

R&D 투자 상위에 오른 한국의 주요 기업으로는 또 SK하이닉스(98위·11억유로), 포스코(264위·4억유로), KT(283위·4억유로), SK텔레콤(345위·3억유로), 현대중공업(416위·2억유로) 등이 있었다.

순위는 높지 않았지만 한국의 제약업체도 다수 스코어보드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약품은 773위(1억유로)에 올랐고 녹십자(1201위·5620만유로), 셀트리온(1271위·5130만유로), 동아제약(1357위·4700만유로), 종근당(1770위·3210만유로), 유한양행(1968위·2720만유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R&D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노바티스(5위), 로슈(7위), 존슨&존슨(8위), 화이자(10위) 등 4개가 제약업체라는 점에서 한국 제약업체의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