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시장에 거의 등장하지 않던 초고가 펜트하우스 등 이른바 ‘희귀 부동산’이 법원 경·공매시장에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역대 최고 감정가격을 기록한 아파트, 10년째 공시가격 1위 공동주택,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급 단독주택 등이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물건이 대부분이다. 경매전문가들은 “평소엔 매매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동산들이어서 자산가의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했다.
◆90억원 안팎 아파트 경매 잇달아

20일 경매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열린에 따르면 한때 3.3㎡당 7000만원대에 거래됐던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가 경매와 공매로 한 가구씩 나와 있다. 캠코 공매로 나온 물건(이스트윙동 3601호)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펜트하우스다. 전용면적이 269㎡인 이 물건의 감정가격은 95억원이다. 공동주택 경매 역사상 최고 감정가격이다. 의료 관련 기업가 가족이 소유한 주택으로, 세금을 내지 못해 공매에 부쳐졌다. 이 아파트 이스트윙동 801호(전용면적 195㎡)도 경매 날짜가 잡히길 기다리고 있다. 감정가격은 35억원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매입한 아파트”라며 “평소 경·공매 시장에서 거의 볼 수 없던 아파트가 두 가구나 경매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10년째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 아파트 C동 101호도 다음달 16일 입찰에 부쳐진다. 감정가격은 87억6000만원이다. 두 차례 유찰돼 최저응찰가격이 56억원(64%)으로 떨어졌다. 이 아파트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김근수 퍼스텍 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 오상훈 대화제지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다. 벽 두께 80㎝의 지하벙커도 갖추고 있어 진도 7의 강진에도 200명 정도가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게 설계됐다.

한강과 붙어 있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차 25동 1105호(전용면적 160㎡)도 이달 27일 경매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심심찮게 경매시장에 나오지만 한강변에 붙은 물건은 드물다. 전체 15층 중 11층에 자리잡은 물건이다. 22억원으로 감정됐다.
◆부촌 단독주택 경매 줄이어

서울의 대표적 부촌 중 하나인 한남동 유엔빌리지 안에 있는 2층 규모 단독주택(전용면적 556㎡)은 다음달 2일 경매된다. 감정가격은 63억원이다. 정몽선 전 현대시멘트 회장이 소유한 주택이다. 한남·이태원동 일대 단독주택은 성북동 등을 제치고 국내 최고가 단독주택촌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표준 및 개별공시가격 1위 자리를 모두 이곳에 있는 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 연희동 소재 2층짜리 단독주택(전용면적 354㎡)은 다음달 2일 경매 처분된다. 감정가격은 26억원이다. 고급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와도 가깝다.

서울 내곡동 홍씨마을에 있는 고급 단독주택(전용면적 405㎡)도 21일 경매시장에서 새주인을 찾는다. 내곡보금자리주택지구와 가까운 이곳은 도시 안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자산가가 모여 사는 곳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이사하려 했던 단독주택도 이곳에서 멀지 않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경제 사정이 좋을 때는 찾아보기 힘든 물건들”이라며 “아무리 경매시장이라 하더라도 낙찰가격이 감정가격의 80% 아래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