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겪는 기업 늘면서 CEO 소유 부동산 잇단 등장
200명 수용 지하벙커 갖춘 아파트…한남·연희동 단독주택도 매물로
20일 경매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열린에 따르면 한때 3.3㎡당 7000만원대에 거래됐던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가 경매와 공매로 한 가구씩 나와 있다. 캠코 공매로 나온 물건(이스트윙동 3601호)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펜트하우스다. 전용면적이 269㎡인 이 물건의 감정가격은 95억원이다. 공동주택 경매 역사상 최고 감정가격이다. 의료 관련 기업가 가족이 소유한 주택으로, 세금을 내지 못해 공매에 부쳐졌다. 이 아파트 이스트윙동 801호(전용면적 195㎡)도 경매 날짜가 잡히길 기다리고 있다. 감정가격은 35억원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매입한 아파트”라며 “평소 경·공매 시장에서 거의 볼 수 없던 아파트가 두 가구나 경매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10년째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 아파트 C동 101호도 다음달 16일 입찰에 부쳐진다. 감정가격은 87억6000만원이다. 두 차례 유찰돼 최저응찰가격이 56억원(64%)으로 떨어졌다. 이 아파트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김근수 퍼스텍 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 오상훈 대화제지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다. 벽 두께 80㎝의 지하벙커도 갖추고 있어 진도 7의 강진에도 200명 정도가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게 설계됐다.
한강과 붙어 있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차 25동 1105호(전용면적 160㎡)도 이달 27일 경매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심심찮게 경매시장에 나오지만 한강변에 붙은 물건은 드물다. 전체 15층 중 11층에 자리잡은 물건이다. 22억원으로 감정됐다. ◆부촌 단독주택 경매 줄이어
서울의 대표적 부촌 중 하나인 한남동 유엔빌리지 안에 있는 2층 규모 단독주택(전용면적 556㎡)은 다음달 2일 경매된다. 감정가격은 63억원이다. 정몽선 전 현대시멘트 회장이 소유한 주택이다. 한남·이태원동 일대 단독주택은 성북동 등을 제치고 국내 최고가 단독주택촌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표준 및 개별공시가격 1위 자리를 모두 이곳에 있는 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 연희동 소재 2층짜리 단독주택(전용면적 354㎡)은 다음달 2일 경매 처분된다. 감정가격은 26억원이다. 고급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와도 가깝다.
서울 내곡동 홍씨마을에 있는 고급 단독주택(전용면적 405㎡)도 21일 경매시장에서 새주인을 찾는다. 내곡보금자리주택지구와 가까운 이곳은 도시 안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자산가가 모여 사는 곳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이사하려 했던 단독주택도 이곳에서 멀지 않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경제 사정이 좋을 때는 찾아보기 힘든 물건들”이라며 “아무리 경매시장이라 하더라도 낙찰가격이 감정가격의 80% 아래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