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종걸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종걸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대표직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작년 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취임한 지 345일 만이다. 문 대표는 4월13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을 예정이며, 총선 때까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당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문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되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야권) 통합에 물꼬를 틔우기 위해 내가 비켜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새로 구성될 선대위도 역할을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선대위로의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각오다. 선대위는 총선에서 전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이번주 내로 선대위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다음주 당무위원회에서 선대위 구성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문 대표는 이르면 다음주에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문 대표의 사퇴 선언이 추가 탈당을 막고, 야권 통합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을 나간 분들이 (내가) 사퇴하지 않는 것을 (탈당) 이유로 들었다”며 “내가 사퇴한다면 다시 통합을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가 탈당이 예고된 인사는 박지원 김영록 이윤석 박혜자 이개호 의원 등 호남이 지역구인 5명이었다.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의 사퇴 결정이 너무 늦었다며 탈당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4명은 잔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문 대표는 “천정배 의원 측(국민회의)과는 통합, 정의당과는 통합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선거연합을 논의해왔다”며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도 크게 통합 또는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통합의) 중심세력은 더민주다. 그 점에 대한 국민의 평가나 인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더민주 중심의 야권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어려우면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다. 김 위원장 영입은 원칙 없는 승리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 대표의 통합 제의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문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아직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인재영입위원장 등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 게 깔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표는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총선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정권 교체의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총선 승리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