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덮친 '대출 한파'…거래 3개월째 뚝, 가격도 웅크려
아파트 공급과잉 논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제 위축 등의 악재가 누적되면서 이달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시작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달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시행되면 거래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아파트 거래 3개월째 감소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서울에서 3286건의 아파트가 거래됐다. 하루 평균 182.5건이 거래된 셈이다. 지난달(8232건)의 하루 평균 거래량 265.5건과 비교하면 83건(23.7%) 감소했다. 작년 1월(6824건)의 하루 평균 220건에 비해서도 38건(17.2%)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1만1566건을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계절적인 비수기인 데다 주택 구매 심리도 많이 위축됐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미국 금리 인상,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한경DB
미국 금리 인상,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한경DB
서울 강남권의 거래가 특히 부진하다. 강남구 거래량은 모두 195건으로 지난달(610건)의 32% 수준에 그쳤다. 서초구도 156건으로 전달의 33.4% 수준에 머물렀다. 강동구도 145건으로 35% 수준이었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는 지난 10월에 이어 11월 10건씩 거래됐으나 지난달엔 3건 거래에 그쳤다. 이달에는 중개업소가 개점휴업 상태다. 반포동 K공인 관계자는 “계절적인 비수기이긴 하지만 매매 문의가 싹 사라졌다”며 “올겨울 장사는 끝났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강북도 거래량이 줄기는 마찬가지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 3차’는 작년 11월 10건이던 매매 거래가 지난달 4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이달 2건에 그쳤다.

전·월세 거래량도 급감했다. 이달 18일 현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6273건, 하루 평균 348.5건으로 작년 12월(1만4767건)의 하루 평균 475.4건과 작년 1월(1만4328건)의 462.2건에 비해 100건 이상 감소했다.

◆매매가격도 약보합세로 돌아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3주째 전국 아파트 가격은 보합세(0.0%)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단지별로는 실거래가격이 하락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14억2000만원(12층)에 거래됐으나 12월에는 13억5500만원(25층)에 매매됐다. 이달에는 아직 거래가 없다.

서울 대치동 고가 아파트인 우성 선경 등도 마찬가지다. 우성아파트 전용 132㎡는 작년 말 14억5000만원을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호가가 14억1000만~14억2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 3차’ 전용 59㎡ 호가도 지난해 10월 4억500만원에서 이달 3억8300만원으로 내렸다. 반포동 경남공인 류기철 사장은 “3개월 가까이 거래가 지지부진하다”며 “전에는 2억원 정도 대출받아서 3년 거치로 이자 50만원만 내면 됐는데 앞으로는 매달 원리금 190만원 정도를 갚아야 하니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김진수/윤아영 기자 true@hankyung.com